[기자수첩]아카데미 시상식도 불발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여부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9주 동안 계속된 미국 작가조합(WGA)의 파업 때문이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 사태는 매주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 ‘더 투나잇 위드 제이 르노’ 등을 불방시킨 데 이어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24’ 제작도 줄줄이 중단시켰다. 급기야 시상식 시즌을 맞은 할리우드도 강타, 13일 예정돼 있었던 골든 글로브상 수상식이 전격 취소됐다. 주최 측은 수상 후보자나 방송 사회자가 ‘보이콧’할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분위기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할리우드는 총소리만 나지 않았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곳곳이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파업으로 로스앤젤레스 지역경제는 4억∼5억달러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작가들에게 타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방송제작사연합은 파업 중인 작가들이 총 1억5000만달러를 잃었는데, 이는 작가 조합 측이 당초 요구한 3년 수익 인상 금액보다 많다고 비난했다.

 작가들이 ‘멍청하다’는 비판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장기 파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작가들은 DVD와 인터넷 미디어의 수익 배분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에 돌입했다. 따지고 보면 작가 파업을 촉발한 것은 다름아닌 ‘디지털 신경제’인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인터넷과 결합해 기존 산업의 논리와 게임의 규칙을 바꿔 버린다. ‘아이팟’ 하나로 황금알을 챙기는 애플과 혹독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4대 음반사의 처지가 그렇고 포털업체에 헐값에 기사를 넘겼다가 독자 기반을 잃어버린 전 세계 유수 유력 매체가 그렇다. 할리우드 산업의 축이 바뀌는 지금, 작가들 처지에서는 10년, 15년 이상을 생각한다면 당장 3년치 수익을 잃어버린다 해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디지털 경제 이권을 둘러싼 이번 파업이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도 불방시킬지 주목해 볼 일이다.

  류현정기자@<국제부>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