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모티베이터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모티베이터

 조서환 지음, 책든사자 펴냄 

 하나로샴푸, 썬실크샴푸, 럭스비누, 비놀리아비누, 2080치약, KTF의 나(Na)·드라마(Drama) 등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름만 들으면 다 알 만한 제품(서비스)이다. 이들 인기상품 뒤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마케터의 공로가 숨어 있다. 앞서 나열한 제품의 공통된 마케터는 조서환 KTF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우뚝 선 KTF 쇼(Show) 마케팅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이렇듯 옮기는 회사마다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인기상품을 탄생시켰다면 그는 분명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주꾼일 게다. 마케팅의 본고장인 미주나 유럽에서 제대로 된 코스로 유학한 준비된 마케터일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책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모티베이터’를 읽다보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스물세 살 육군 소위시절 부대에서 사고로 오른손을 잃은 장애인이다. 대학졸업 후 장애의 벽에 부딪쳐 번번이 입사시험에 낙방한 청양 시골 출신의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인기상품 제조기가 됐을까. 해답은 책 안에 있다.

 날 때부터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군 사고 이후 왼손잡이가 됐고, 장애 직후 찾아온 좌절과 패배의식은 사회 진출과 동시에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바뀌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정상인보다 더 노력했고, 노력을 통한 순간순간의 성공은 더 큰 용기와 자신감을 낳았다. 군 사고 당일부터 시작되는 그의 시련 극복기와 성공담은 사소한 일로 쉽게 좌절하고 마는 이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조 부사장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행동을 바꾼다. 일도 삶도 마찬가지다. 프로라면 자신감을 가져라. 당당해져라. 하지만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온다는 걸 잊지마라. 용기는 위험이나 두려움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하는 것(risk taking)이다.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일단 부딪혀야 한다. 미리 포기하지는 말자. 그래서 일을 성취해내는 데 용기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결국 그 용기는 사람의 운명까지도 바꾼다.”

 그의 지론이자 생활철학이다. 또 지극히 평범했던 한 남자를 대한민국 최고의 마케터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의 말처럼 KTF 마케팅 전략 수장으로 옮길 때 그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자신이 뽑힐 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IT에 전혀 노출된 적도 없었고, 쟁쟁한 유학파들 가운데서 두드러진 학벌도 아니었고,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도 하나 없다. 인물도 평범했으니 사장의 시선을 끌 리 만무했다. 하지만 당당함, 열정,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태도는 인사권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애경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서른 다석 살에 다국적기업 임원이 된 이야기, 애경-유니레버 마케팅 매니저, 미국 다이알 마케팅 이사, 스위스 로슈 마케팅 이사, 애경산업 마케팅 상무, KTF 마케팅 전략실장 등을 거치며 KTF 부사장이 되기까지의 과정,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 그의 삶의 방식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만한 책이다. 1만2000원.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