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가래에 귤껍질을 끓여서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에 귤껍질을 모았다가 끓여 먹는 집이 적잖이 있는 것 같다. 주변의 귤껍질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될까.
귤껍질을 한약재 이름으로 진피(陳皮), 귤피(橘皮)라고 하는데, 약으로 쓰는 귤껍질과 요즘 먹는 식용(食用) 감귤의 껍질은 다른 것이다. 식용으로 먹는 귤은 품종개량을 해서 단맛을 매우 높인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에 한의원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진피는, 국내산 약재의 품종으로 이야기한다면 하귤·당유자·산물 등의 껍질을 쓴다. 이런 것들은 단맛이 적은 재래품종에 해당된다. 현재 식용으로 거의 유통이 되지 않고 약용으로 키우고 있다. 그래서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편이다. 단맛이 적어 벌레가 덜 꼬이고 모양이 예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식약청 관할 하에 정식 약재로 관리되므로 약재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농약과 중금속 수치의 까다로운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식용으로 유통되는 일반적인 귤들은 그 종류가 식용이므로 약효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농약이나 중금속 등에 대한 규제 절차가 약용보다 덜 까다롭고 속의 내용물이 식용이므로 속이야 안전하다고 해도 껍질에는 농약의 잔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농약을 제거하고 달여 먹을 수는 있겠으나 약효도 떨어지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기침 감기에,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정확한 진료 후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한방엑기스제를 처방받는 것이 값도 저렴하고 약효도 훨씬 탁월하다. 심할 때는 몇 일분의 감기 치료 탕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겠다. 훨씬 안전하고 효과가 좋다. 귤은 맛있게 속을 먹고, 껍질은 달여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