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다는 디자인, 그리고 무선인터넷.
10일 폐막한 ‘CES 2008’에서 나타난 큰 흐름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렇지만 이렇다 할 만한 혁신 기술이 등장하지 않아 디지털전자 시장의 새 조류를 선도해 왔던 이 행사의 위상이 약화됐다.
◇네트워크와 모빌리티=CES에 출품된 신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선인터넷이었다.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동통신망·모바일와이맥스(와이브로)·와이파이와 연결하는 제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라디오와 자동차·내비게이션 같은 기존 제품도 네트워크 기능을 얹어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 라디오는 양방향성을, 자동차와 내비게이션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기능을 확보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 단말기와 게임기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작고 가벼워져 휴대성도 높아졌다. 울트라모바일(UM)PC와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는 기능이 커진 반면에 작아졌다.
휴대형인터넷게임기·종이 태블릿시스템·안경식 디스플레이 등도 휴대성과 사용편리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디자인이 경쟁력=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적 디자인이 역시 대세로 떠올랐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선후발 업체간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디자인이 유일한 차별 요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삼성·LG·소니·샤프 등이 출품한 평판TV의 특징도 디자인이었다.
삼성전자는 아예 ‘창의적 디자인’을 차세대 전략으로 내걸었으며, 미국가전협회(CEA)는 혁신제품 선정에 디자인을 중시했다.
◇이슈가 사라졌다=전시장 방문객들의 평가는 대체로 ‘재미 없었다’였다. 볼거리나 이슈가 줄었다는 뜻이다.
10년 넘게 이 행사를 꼬박 찾아온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의 특징은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것”이라며 “갈수록 일상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관 구성도 ‘자동차용 IT’ 외엔 예전 그대로였다. 업체들도 CES를 제품 홍보의 장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한 업체 사장은 “과거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기술 동향과 미래를 예측하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최근에는 습관적으로 참가하는 전시회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각종 전자전시회를 통합 운영하는 우리 정부와 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