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5년 초를 ‘소프트웨어(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정부와 산업계는 3년 가까이 SW 산업 발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SW산업이 바로 샌드위치 코리아 탈출을 위한 유일한 비상구임을 우리 모두 주지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2006년 ‘SW 사업제안서 보상 기준’, 2007년 ‘SW 분리 발주 제도’ 등 굵직한 산업 육성책을 마련, 시행해오고 있다. 한 해 정부 정보화 사업 지원 예산으로 2조원 이상을 편성, 척박한 환경에 처한 SW 기업이 자생력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SW 기업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전략 SW 육성 및 핵심 기술 확보 △창업 및 성장지원 △법·제도 개선 △전문인력 양성 등의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기업의 체감도는 이와 다르다.
이에 본지는 연속 기획으로 ‘신(信)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를 게재한다. 특히 SW 산업 중요성에 대한 당위성을 널리 알리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실질적인 산업 살리기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시, ‘믿을 만한 SW코리아’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민·관이 사업 대가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구매하는 풍토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SW를 포함한 컨설팅·시스템통합 등 분야의 IT 서비스 기업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처럼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기업이 진정 바라는 것은 자금 지원도 아니고 국산 제품에 대한 특혜도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주장이다. 즉,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용주의’ 코드와 궤도를 같이하고 있다.
민·관이 IT 서비스를 가치(Value) 창출 측면이 아닌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접근해 저가 구매를 고집하다 보니 SW 등 IT 서비스 산업이 선순환 고리를 잇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가 구매→경영난 심화 및 개발자 처우 열악→우수 인력 지원 기피→품질 저하’ 등의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끊임없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민·관이 ‘저가 구매 관행’이란 옷을 벗어던지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에선 SW 산업이 발을 붙이기 힘들다.
따라서 이른 시일 내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SW 분야는 ‘산업 붕괴’란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할 수 있다. 특히 제조·항공 등 산업군이 진화하고 발달할수록 SW 산업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 비해 SW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면 곧 경제 전반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탓에 ‘풀뿌리’ 제조업이 대일 무역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처럼 SW의 대외 의존도가 높으면 수출 기업들은 ‘바깥에서 벌고 안에서 까먹는’ 왜곡된 산업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조 분야에서 SW 비중이 50∼80%에 이르는 등 SW 산업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우리나라 SW 산업 현주소=한국SW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SW 수출이 7억18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SW 수출액이 2005년 11억달러로 10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2006년 13억달러로 증가, SW 수출은 대체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개발·제작 부문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 컴퓨터 관련 서비스 부문은 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그러나 패키지 SW 부문은 51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00만달러 줄었다. 패키지 SW 수출을 부문별로 보면 응용 SW 비중이 컸다. 응용 SW는 2530만달러어치를 수출, 패키지 SW 수출의 50%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SW 기업 수도 늘고 있다. 국내 SW 분야별 기업 수는 2005년 5304곳에서 2006년 7607곳으로 증가했고 상시 종사자 수도 2005년 12만명에서 2006년 12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또 국내 SW 시장은 SW 수출 증가와 함께 SW 종사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 SW 산업 저변이 점차 탄탄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W 수출 및 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한국SW 진흥원 분석이다.
그러나 외견상일 뿐 실제로 우리나라 SW 산업 저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일례로 SW 강국인 인도와 비교하면 인도는 수출 319억달러, 종사 인력 160만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각각 20배, 10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게다가 국내 IT 서비스 업체들은 대기업 전산시스템 개발 및 운용 혹은 공공 정보화 사업 등과 같은 내수 위주의 제한적인 사업에만 머문 실정이다.
◇발주처와 사업자 간 신(信)문화 정착 필요=정부는 지난해 SW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SW 사업 대가 기준을 개정, SW 기업은 물론이고 IT 서비스 업체의 이윤을 좀 더 확대했다. 기능 점수당 단가와 코드 라인당 단가를 각각 4.83%, 4.0% 증가시켰다. 특히 SW 개발 사업은 이윤율을 기존 10%에서 25%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SW 분리 발주 가인드 라인도 마련, 7월부터 본격 시행해왔다. SW 업체들이 SW 분리 발주를 통해 SW에 제값을 주기 위해서다. 정부의 SW 분리 발주 제도화로 지난해 공공 프로젝트 중 17건(1078억원)의 분리 발주가 이뤄졌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일부 SW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적자 구조에 허덕일 뿐더러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는 SW 기업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고부가 산업에 종사하는 SW 기업 전반이 영세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성공만 하면 SW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무색할 지경이다.
SW 및 IT서비스 기업의 SW 품질 능력 관련 글로벌 기준인 CMMI 인증도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5개 기업(조직)이 CMMI 레벨 5에 도달했고 CMMI 레벨 4는 8곳, CMMI 레벨 3는 25곳, CMMI 레벨 2는 14곳 등으로 총 52개 기업(조직)만이 CMMI에 따른 능력 성숙도 수준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열악한 SW 산업 이면에는 ‘공정한 룰’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민간 발주처는 SW 및 IT서비스를 제값에 구매하지 않고 있다. 사업 기간 중 과업 범위가 늘어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게다가 통상 유지보수 기간은 2년씩이나 된다. 저가에 납품하고 2년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자니 CEO는 물론이고 개발자도 죽을 맛이다. 결국 사업자는 개발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는 발주처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등 고부가 산업의 구조 기형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준성 삼성SDS 전무는 “차기 정부가 정당한 사업 대가를 인정해 기업이 미래 위한 투자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특히 차기 정부는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수요를 창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구성한다
기획 ‘신(信)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는 7가지의 큰 주제를 갖고 10개월 동안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자신문은 한국SW진흥원·행정자치부 등 IT 서비스 산업 관련 정부 및 단체와 협력, 기업의 피부에 와닿는 좀 더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또 정부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도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혹은 현실적인지도 모니터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1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등 7부로 구성된 본지의 3번째 연속 연중기획 ‘신(信)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는 올 한 해 산업의 나아갈 방향과 대·중소 기업 간 상생경영 정착, 발주 문화 개선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층 분석할 것입니다.
특히 전자신문은 이론과 기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SW 선순환 구조 정착’ 측면에서 다양한 이슈를 밀착 취재함으로써 발주처와 사업자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공동 발전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지는 이번 기획을 신(新)이 아닌 신(信)를 SW코리아 앞에 달았습니다. 우리나라 SW·IT서비스 산업이 2010년 생산 50조원, 수출 50억달러 규모로 발전하는 데 있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팀장=안수민차장@전자신문, smahn@ 유형준, 정소영, 김준배, 한세희, 문보경, 허정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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