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서 전화·인터넷·방송 등을 한 꾸러미로 묶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정보통신부가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결합판매를 인가하면서 촉발된 이 전쟁은 KT·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3개 통신사업자의 인터넷(IP)TV시장 진출로 인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묶음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요구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함으로써 발길을 붙잡으려는 통신사업자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통신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빠르게 떠올랐다.
◇올해는 TPS 경쟁 ‘원년’= 기존 더블플레이서비스(DPS)만 제공하던 KT가 올 상반기 유선전화서비스를 포함한 TPS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이 시장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이 양분하고 있는 TPS 시장에 집전화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KT가 본격적으로 운신하게 되면 통신시장에 TPS가 대세로 정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통신사업자 인수합병(M&A) 등의 이슈로 유무선 사업자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TPS 시장이 확장 일로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SK텔레콤이 올해 안에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T와 KTF의 통합, LG의 통신그룹의 합병 등 대격변의 통신시장에서 TPS가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
◇TPS는 고객관점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우후죽순 TPS를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 출시된 TPS는 단순히 제품을 묶어 가격을 할인해주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TPS가 요금을 인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TPS를 새로운 시장창출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 중심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철행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원은 “통신사업자들이 ‘제살 깎기’식의 요금인하 경쟁보다는 결합상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면서 “만족도가 높은 해외 결합상품을 벤치마킹해 가입자전환을 방지하고 타 사업자와의 제휴 등을 통해 시장확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IPTV 사업자 전략
◇KT=지난해 6월 처음으로 결합상품을 출시한 이래 약 21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소비자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이라는 TPS의 공식에 끼워 맞추지 않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중심으로 3세대(G) 이동통신서비스 ‘SHOW’, IPTV서비스 ‘메가TV’ 등을 다양하게 묶은 상품을 선보였다. 2007년 12월 말 기준으로 ‘메가패스+SHOW’ ‘메가패스+ KT와이브로’ ‘메가패스+메가TV’ ‘메가패스+네스팟’ ‘KT와이브로+네스팟’의 결합서비스 5종을 출시했다.
특히 KT는 타 업종과의 결합상품으로 고객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메가슈랑스(메가패스+보험)’ ‘메가슈랑스+SHOW’ ‘메가슈랑스+KT와이브로’ 등과 함께 ‘메가패스+삼성 파브TV’ ‘메가패스+플레이스테이션3’ ‘메가패스+롯데카드’ 등 업종을 넘나드는 결합상품을 추가 출시해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
KT는 올해 집전화 ‘Ann’과 3G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에게 가입비·기본료·문자메시지(SMS)요금을 할인해 제공하는 ‘Ann 플러스’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성 제도도입에 대비해 시내전화(PSTN)를 포함한 TPS 결합상품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소비자에게 큰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타 업종과의 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하나로텔레콤 = 지난해 초 ‘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방송’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TPS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하나포스+하나폰+하나TV’ ‘하나포스+하나TV’ ‘하나포스+하나폰’ 3종의 ‘하나세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상품에 가입하게 되면 최대 20%까지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측은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서비스에 각 가정에 필수적인 시내전화가 포함돼 있고 IPTV서비스의 대표 브랜드 하나TV까지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시장의 호응이 높다”면서 “할인폭 역시 현재 국내에 제공되고 있는 결합상품 중 가장 커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결합상품 판매로 회사 수익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향후 결합상품 마케팅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저렴한 요금과 편리함 등 TPS 상품의 특장점을 토대로 신규 가입자 유치를 확대하고 기존 고객을 결합상품으로 전환시켜 가입자 확보와 매출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 특히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단일상품 사용 고객에 비해 해지율이 크게 낮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큰만큼 장기 우량고객을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나로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QPS)를 내놓는다는 야심찬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하나세트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까지 결합한다는 방침이다. SKT와의 인수합병(M&A)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내 QPS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하나세트의 경제성에 이동통신 1위인 SKT의 이통통신 서비스까지 추가된다면 하나세트의 고객 편익은 더욱 증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LG데이콤 = 지난해 12월 IPTV서비스 ‘마이(my)LGtv’를 출시하면서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집전화, IPTV를 하나의 회선에서 제공하는 TPS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LG데이콤은 국내 최대 고화질(HD) 영화 및 문화 콘텐츠를 자랑하는 ‘myLGtv’, 빠른 속도·안정적인 서비스로 2005년 초고속인터넷사업 진출 이래 가입자 순증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엑스피드’, 인터넷전화(VoIP)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myLG070’을 묶어 제공한다. 가격 역시 세 가지 서비스를 따로 이용할 때보다 최대 27% 저렴하고 경쟁사 결합 서비스 대비 최고 15% 싼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데이콤은 특히 한 회선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망 고도화 등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IPTV 서비스는 VoD로 제공되고 있으나 향후 실시간방송이 가능하게 되면 전송속도 50Mbps 이상을 보장하는 광랜급의 망 품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데이콤은 현재 50∼100Mbps급 광랜 기반의 광대역 가입자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자회사인 LG파워콤이 보유하고 있는 광동축케이블(HFC)망에 닥시스(DOCSIS)3.0 장비를 도입, HFC망에서도 댁내광가입자망(FTTH)에 필적하는 100Mbps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QPS가 몰려온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TPS에 이동전화 서비스까지 포괄한 ‘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QPS)’ 시대도 열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통신시장의 인수합병(M&A) 이슈로 TPS가 QPS로 신속하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전격 선언하면서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이동전화’가 만난 QPS의 연내 출연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
또 KT가 지난해 말 KTF의 합병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검토를 밝힌만큼 KT 역시 QPS 시장 진출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LG통신3사(데이콤·파워콤·텔레콤) 역시 올해 LG파워콤이 상장을 끝낸 이후 LG데이콤과의 합병이 예상되는 등 연합전선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망이 고도화되면서 각종 통신 방송 서비스를 하나의 회선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QPS는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통신사업자 TPS 현황
- 사업자 / 현황 / 할인내용
- 하나로텔레콤 / 하나포스+하나폰+하나TV / 최대20% 할인
- LG데이콤 / 엑스피드+myLG070+myLGtv / 최대27% 할인
- KT / 상반기 메가패스, 메가TV 등과 유선전화서비스 결합해 TPS 제공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