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보안 서비스로 갈등을 겪은 안철수연구소와 NHN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오석주)와 NHN(대표 최휘영)은 15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NHN이 운용하는 검색포털 네이버 ‘PC그린’에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엔진을 제공, 이용자가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9월 NHN이 안티바이러스 백신업체의 수익모델인 실시간 감시 기능까지 포함한 무료 보안 서비스 PC그린을 둘러싼 양사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NHN은 21일부터 러시아 카스퍼스키랩의 백신엔진을 사용, 그간 보류해 온 PC그린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르면 4월부터 안철수연구소의 백신엔진을 탑재할 계획이다. PC그린은 국내 최초로 여러 종류의 엔진 중 소비자가 원하는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엔진 보안 서비스가 됐다.
안철수연구소는 NHN과의 협조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보안 서비스 무료화 방안을 마련, 이달 안에 공개할 계획이다.
◆뉴스의 눈
안철수연구소와 NHN의 이번 제휴로 개인 대상 보안 시장에선 무료 백신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인터넷과 보안 분야의 상징적 존재인 네이버와 V3의 엔진이 만났기 때문이다.
작년 9월 NHN의 PC그린 서비스 계획 발표 이후 이스트소프트의 알약·야후 툴바 등 실시간 무료 백신이 잇달아 등장한데 이어 안철수연구소도 결국 이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이번 제휴를 계기로 개인 소비자는 가격 부담 없이 정식 백신 서비스를 받게 됐다. 유효기간이 지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백신을 방치하거나 불법 복제판을 사용하던 사용자도 안정적으로 PC의 보안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해커가 보안에 취약한 개인 PC를 감염시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의 숙주로 사용하거나 각종 개인정보를 빼 가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이에따라 무료 백신 보급은 국가 전체의 인터넷 및 PC 보안 환경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백신의 대명사 안철수연구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보안업체로선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절실하다. NHN의 무료 백신을 계기로 대형 포털의 영향력에 밀린 셈이 된 보안업계로선 ‘프리미엄’이라 할만한 서비스를 제시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설득해 새로운 시장 모델을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안철수연구소는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고 독자적인 무료 서비스 방안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PC케어 서비스인 빛자루의 유료 서비스인 실시간 감시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포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석주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보안을 마케팅 툴로 사용하는 기존 서비스와는 달리 공익적이면서 보안 서비스 품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