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안 아버스. 이상한 나라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 여류 사진 작가 거인과 난쟁이, 복장도착자 등을 모델로 내세운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 197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금지된 세계를 작품에 녹여내면서, 자유로운 삶을 산 그의 일대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퍼·사진’는 한 때 다이안 아버스의 모델로 활동한 평론가 퍼트리샤 보스워스가 쓴 전기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세크리터리’로 2002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스티븐 세인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 키드먼이 다이안 아버스를 연기한다.
다이안은 거대 모피상인 아버지 덕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난다. 그는 사진사인 남편을 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윗 층에 신비에 싸인 한 남자가 이사를 온다. 기이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 라이오넬은 선천성 다모증으로 인해 전신이 긴 털로 덮여 있는 사람이다. 다이안은 그를 만나기 위해 ‘이웃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핑계로 위층을 드나들며 그의 기이한 친구들과도 가까워 진다. 그가 마주친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다이안은 점차 라이오넬에게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위대하고 슬픈 사진가’를 꿈꾼 한 여인의 삶을 신비롭고 몽환적인 상상을 보태지 않고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남편과 아이들 틈에서 자아를 발견할 기회를 찾지 못하던 1950년대 여성의 심리와 은밀한 욕망까지 담아내고 있다.
니콜 키드먼의 연기로 다이언 아버스의 삶을 조망한 ‘퍼’는 17일 개봉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