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빴다. 브리핑을 준비하는 인수위 사람이나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500여명의 보도진 그리고 인수위에서 나오는 얘기에 촉각이 곤두선 각 부처 사람이 오갔다. 복도에서는 전화통을 붙잡고 각 부처와 데스크에 보고하는 공무원과 기자가 넘쳐났다. 급기야 여성부 폐지를 반대하는 여성단체가 몰려와 마이크를 잡고 인수위 코앞에서 시위했다. 50년 만에 최대 정부조직개편이 일어난 2008년 1월 16일 오후 2시, 인수위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 1월 7일 정통부 해체와 과기부 통합, 산자부 확대 개편안을 보도한 이후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 속에는 정통부와 과학기술계 원로도 있었으며 부처 공무원, 출연연 연구원, 대학 교수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통부와 과기부 부처 통폐합을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산자부 중심으로 모든 산업 부문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들은 모두 우리나라 산업과 대학, 정부를 이끈 사람들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수위는 사상 최대의 미시경제 부문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를 만들었다. 14년간 대한민국 IT산업을 효자 품목으로 만들었던 정통부는 ‘애석하게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체신부까지 포함하면 60년, 우정국 설립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24년 만이다. 과학기술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신설한 ‘과학기술부 총리’ 체제도 3년 만에 끝났다. 중소기업의 희망이었던 중기전담 부처 신설은 물론이고 중기특위도 사라졌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부처개편이었다. 대신 청와대에 대통령에서 비서실장, 국정기획수석, 경제수석, 인재과학문화수석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구축됐다.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거대한 기획재정부도 생겼다. 국민의 눈은 이제 입지가 강화된 청와대 비서실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로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의 시시비비는 이들 부처의 역할과 능력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참여정부 5년동안 경험했지만 국민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김상룡기자@<경제과학부>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