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누가 주도했나

 ‘13부 2처’라는 사상 초유의 정부조직 혁신작업에는 이명박 당선인 지휘 아래 최측근 참모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박재완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 기획조정분과 박형준 위원,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정두언 의원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초기 14부 2처 등의 정부 조직개편안이 올라오자, ‘더 줄이라’고 지시해 실질적 13부 2처라는 정부출범 사상 초유의 체중 감량을 이끌어 냈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정보통신부와 과기부 해체론’ ‘과학기술부와 교육부 통합’ 보도 이후 공무원과 각 산하기관, 업체의 반발과 로비전이 벌어지자, 인수의 간사단 회의 모두발언에서 ‘로비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충격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당 최고의원 및 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로비 대상자로 ‘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를 직접 거론하며, 배수진을 쳤다. 정통부는 김 부위원장이 소속됐던 국회 과기정위 상임위 소관부처였고, 해수부는 자신이 있는 부산 영도 지역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부처였다. 김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배수진’을 두고 정통부와 과기부, 해수부 등에서는 ‘로비전이 안먹힐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무책임자인 박재완 팀장은 삼청동 사무실보다는 외부 별도 사무실을 두고, 조직개편 작업에 매달렸다. 통폐합 예상부처의 전방위 로비를 피해 전화조차 받지 않으며, ‘잠행’을 계속했다.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 박사 출신인 그는 79년 행시 23회에 합격한 후 총무처, 감사원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인물. 94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정부부처 혁신과 관련한 많은 논문을 발표해 일찌감치 정부조직개편의 핵심 실무자로 떠올랐다.

 박형준 의원과 곽승준 교수는 인수위내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서 인수위 각 분과위와 박재완 팀장간 통로 역할을 했다. 분과위별 정부조직에 대한 밑그림을 정부혁신TF에 전달하는 창구였다. 박형준 의원은 자신이 속했던 문광위 경험을 살려, 방통위와 문화부 등의 조직 개편에 대해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제시해, 이번 조직개편의 실질적 배경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당선인 비서실장 임태희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당선인의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하며, 정부조직은 물론 국무의원 조각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