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니어스
키스 소여 지음, 이호준 옮김, 북섬 펴냄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팀으로 움직여라.’
우리는 오랫동안 창의력을 철저하게 혼자서 찾아야만 하는 개인적 산물로 여겨왔다.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창의성에 관한 기존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창조적 협력의 원칙을 제시한다. 창의력·창조성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협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도 이전에 다른 사람과 공유한 많은 아이디어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을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그룹 지니어스’는 저자가 15년간 재즈 밴드와 즉흥극단,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을 연구해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원천이 무엇인가를 고찰해 발견한 해답이다. 창조는 분명 개인의 머릿속에서 출발하지만 창조의 단위를 개인으로 국한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그 증거로 금세기 이래 이뤄진 많은 창조적 결과물들이 여러 사람들의 집단적 노력을 통해 탄생했음을 예로 들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 이론인 진화론은 온전히 다윈의 생각으로만 완성되지 않았다. 찰스 다윈 이전에도 진화론과 비슷한 학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많았다. 영국의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지질학에 근거해 성격에 기록된 창조설을 부정해 보였다. 인구론으로 유명한 토마스 맬서스는 모든 생물이 생존에 필요한 수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으며, 그중 일부만이 살아남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윈은 이들의 이론을 토대로 어떤 종의 개체간엔 항상 경쟁이 발생하고 자연의 선택에 의해 진화가 일어난다는 새로운 이론을 도출했다.
익스트림스포츠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산악자전거는 19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의 교외에 있는 마린카운티에서 발명됐다. 산에서 자전거를 즐겨 타던 사람들이 산악 지형에서 달릴 수 있도록 일반 자전거를 개조해 만들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산악자전거는 두꺼운 타이어, 변속기, 소뿔 형태의 손잡이, 튼튼한 차체 등이 복합된 정교한 기계로 변신했다. 산악자전거에 달린 작은 부품 하나하나에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선 비행기·텔레비전 같은 유명한 발명품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또한 모토로라 레이저폰, 프링글스 프린트, 리눅스 운용체계 같은 첨단 제품이 어떻게 창조됐는지도 설명한다. ‘보이지 않는 협력’. 인류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생산물로 꼽히는 발명품의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이다.
장기간 창조성에 관해 연구해 온 저자는 협력을 통해 개인 창의성이 그룹 지니어스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재즈밴드와 즉흥극단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공연하는 즉흥극단과 재즈밴드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자 가장 순수한 형태의 그룹 지니어스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혁신 기업들의 협력비결 10가지도 책엔 정리돼 있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라,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부서를 만들어라, 창의적인 대화공간을 만들어라,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져라 등의 비결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만8000원.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