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면 모두 친구가 되는 게 바로 축구 아닙니까. 축구로 네 개 기관이 하나가 됐죠.”
KRX 축구동호회는 56년 증권시장 태동과 함께 시작됐다. 심심풀이로 하던 동아리 활동이 2005년에는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4개 기관이 합병되면서 이른바 통합동아리로 거듭났다.
전 직원 700명 중 147명이 회원에 가입한 거대 동호회다. 매달 두 차례씩 자체 경기로 실력을 다지며, 1년에 두 번은 부산에 있는 본사 직원들과 시합을 한다.
통합동아리로 거듭나면서 실력도 좋아졌다. 그 전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예선에서 탈락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통합 후 회원이 많아져 자체 경기도 자주 하게 됐고, 발도 자주 맞추면서 강해졌다.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거둔 성적도 화려하다. 그 전에는 단지 축구를 즐기는 만년 꼴찌팀에서 이기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2006, 2007년 2년 연속 재경부 장관배 유관기관 축구대회에서 4강에 들 정도로 강호가 됐다.
KRX 축구동호회는 팀 내에 뚜렷한 공격수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또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이 젊은 선수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에 비해 KRX 축구동호회는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포진했다. 김대용 IT통합추진단 과장은 “특별히 잘하는 선수도 없고 못하는 선수도 없다”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진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우리 팀이 강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친해지는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김 과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로 같이 땀 흘릴 일이 없는데 축구를 하면서 유대감을 쌓게 됐고, 경기 후 시원한 맥주 한 잔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직장 내에서는 무서운 상사지만 동호회 안에서는 친한 형, 동생이다. 천경호 IT통합추진단 사원은 “전산 쪽 직원들은 현업 직원들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데 KRX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개인적으로 친해진 덕분에 업무협조도 그 전보다 훨씬 잘된다”고 말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KRX 축구동호회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이런 마음자세 덕분인지 지금까지 축구 경기 중 다친 사람이 없었다.
김정원 감시4팀 차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성적이 아니라 직원들 간의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전자신문,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