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맥월드서 빌 게이츠에게 찬사

 “수고했어, 빌.”

 미국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맥월드 2008’에서 오는 6월 말 일선에서 물러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찬사를 아끼지 않아 화제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 회장의 은퇴는 ‘큰일(big deal)’이고 ‘엄청난 사건(significant event)’”이라며 “그의 업적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까지 치켜세웠다. 이 같은 스티브 잡스의 말에 빌 게이츠는 현재까지 무반응이다. 일부 블로그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빌 게이츠가 아니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빌 게이츠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연말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의 기업인’을 선정한 결과 스티브 잡스를 1위로 꼽았다. 빌 게이츠는 7위였다. 멕시코 갑부에게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내준 뒤 얼마 안 돼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는 게 외신의 분위기였다.

 스티브 잡스가 ‘창조적 마케터’라면 빌 게이츠는 ‘모방형 전략가’다. 지난 1986년 나온 윈도2.0은 매킨토시를 빼닮았다. 1995년 첫선을 보인 익스플로러1.0 역시 그 전해 나온 넷스케이프 내비게이션1.0을 골격으로 했다.

 이를 발판으로 빌 게이츠의 MS는 세계 IT업계의 공룡이 돼 1980∼1990년대를 풍미했다. 반면에 스티브 잡스는 당시 주주들에게 쫓겨나 야인생활을 전전했다. 2000년대 들어 아이팟·아이폰 등 창조적 혁신 제품으로 우뚝 일어선 스티브 잡스는 이제 빌 게이츠가 떠나는 MS에 날선 칼을 들이대고 있다.

 최근 ‘평생의 원수’로 여겨온 IBM과 관계를 개선하면서까지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도 결국 ‘타도 MS’를 위한 포석이다.

 C넷의 한 블로거는 “빌 게이츠가 아이팟을 보고 따라 만든 MP3플레이어인 ‘준’을 통해 알 수 있듯 MS의 모방 전략은 이제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