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의 나훈아는 바로 당신

 가수 나훈아씨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최근 불거진 ‘야쿠자 폭행설’과 관련한 소문의 여자 연예인도 연일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사자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오히려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주변에서 이들 바라보는 네티즌은 단순한 ‘가십거리’겠지만 소문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불과 몇 분 만에 퍼지는 사이버 루머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비밀 없는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공인, 심지어 평범한 개인조차도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밀이 없어지면서 이전보다 투명한 사회가 가능해졌다. 인터넷의 보이지 않는 순기능이다.

 다른 하나는 무책임성이다. ‘열린 공간’ 인터넷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밝히고 블로그·게시판 등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를 세력화하면 ‘여론 몰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은 분명히 ‘문명의 이기’지만 언제 비수로 날아올지 모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는 인터넷의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바로 인터넷의 역기능이다.

 우리는 단기간에 인터넷 성장 신화를 썼다. 탄탄한 초고속망을 기반한 인터넷 인프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인터넷 이용률은 여전히 우리의 자랑거리다. 이에 비해 인터넷 역기능에 관대했던 게 사실이다. 건전한 인터넷 이용 문화에도 소홀했다. 인터넷 성장 신화를 위해서는 순기능은 늘리고 역기능은 줄이는 양동 작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생산적인 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방법은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사이버 공간에서 가십거리를 찾지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소문이 삽시간에 인터넷 공간을 달구는 데는 이를 즐기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훈아’를 인터넷에서 찾기 전에 제2, 제3의 나훈아가 바로 자신일 수 있다는 점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