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文武)를 겸비한 사람들이 모여 있죠.”
실험실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니터를 보며 연구에 열중하고 있던 한 학생이 시원스레 답했다. 학생이 말한 문(文)과 무(武)는 연구와 개발.
송태경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연구와 개발, 어느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상 대학연구소의 경우 외부 평가를 위해 연구와 개발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이 연구소는 두 분야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연구팀은 두 개의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신호처리시스템연구소(SPSL Signal Processing System Lab)와 의공학센터(CMSR Center for Medical Solutions Research). 국내에서 한 연구팀이 두 개의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POC(Point Of Care)진단 시스템은 두 연구소 간 시너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국내 업체와 함께 개발한 이 시스템은 초음파를 이용, 대학 노트보다 작은 진단기 하나로 현장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다. POC는 올해 두 개의 상용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나노 바이오이미징을 이용한 암진단·치료 연구를 하며 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 sound)을 만든 것도 성과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상용화될 경우 영상으로 암을 진단하고 암 조직만을 열과 기계 에너지를 이용해 파괴하는 환자친화형 의료기기다.
연구의 목적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 만큼 외부 관심도 높다. 독일 지멘스와 BK21의 지원도 받았다. 특히, BK21의 경우 사업단 중에서 IT-SOC 기반 극소초음파 의료진단기기 연구교육팀 정보통신 분야 전국 18개 핵심사업 중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연구와 개발 두 분야에서 두루 성과를 나타낸 것.
덕분에 학생들로부터도 인기가 높다. 매년 지원자가 몰리는 탓에 선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재 석·박사를 포함해 총 15명의 학생들이 연구실의 밤을 지키고 있다. 각 과정 뒤 학생들은 대부분 대기업 연구실이나 유학의 길을 택한다. 송 교수는 “연구실 생활이 좀 바쁘긴 하지만 공부하며 연구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모두 경험한 학생들은 밖에 나가서 칭찬을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송태경 교수 인터뷰
“이제는 원천기술을 보유할 때죠.”
송태경 교수는 이전 대학연구소는 기업 용역을 받아 기기와 시스템 개발에만 치중해 자체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연구소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의공학 관련 원천기술을 이용한 응용 솔루션을 찾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의공학 분야 중 암 진단 및 기기 개발에 몰두할 것”라고 말했다.
해외 연구소와의 네트워크도 강조했다. 그는 “나노 바이오 이미징을 이용한 암 영상 진단 및 치료는 미국 MIT와 연구 네트워크을 맺는 것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공동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연구와 개발 활동을 전개할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교수는 또 “의료공학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연구실이 갖는 사회적 기능과 엔지니어의 만족도 차원에서도 의공학은 꽤나 매력적인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