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 2.0’ 시대](상)프린터에서 페이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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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조원 규모 프린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프린터가 단순한 PC 주변기기에서 벗어나 패키징·출판·간판·사진 등 다양한 인쇄물을 출력하는 핵심으로 자리했다. 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는 정보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PC나 서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솔루션과 결합해 PC를 거치지 않고 웹페이지를 직접 출력한다. 프린터의 새로운 물결인 ‘프린트 2.0’의 시대가 개막됐다. 

◇글싣는 순서

 <상>프린터에서 페이지로

 <중>PC에서 웹으로

 <하>벤더에서 고객으로

 프린터는 시장 초기만 해도 누가 얼마를 팔았는지가 중요했다. 하드웨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프린터 판매 대수가 늘어나면서 토너와 같은 애프터 마켓을 형성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프린터 사업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도 프린터 후방산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프린터 업계는 프린터와 소모품을 결합한 프린팅 개념을 도입했다.

 프린터 업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프린팅이 아닌 인쇄물 페이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현재 전 세계에서 45조페이지가 출력됐으며 이 중 디지털의 비중은 9%에 불과했다. 오는 2010년에는 53조페이지가 출력될 전망이며 디지털 비중은 1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에 1%포인트 성장이지만 분량으로는 무려 1조페이지에 이른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800억달러에 이른다. 프린터 업계가 프린터나 소모품보다 페이지에 집중하는 이유다.

 프린터 업계는 아날로그 출력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방법과 인터넷의 콘텐츠 출력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근 한국HP·신도리코 등 국내 주요 프린터업체가 오프셋방식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인쇄 시장을 겨냥해 디지털 인쇄기를 집중 공급한다. 학술 등 다품종 소량생산 분야에서는 이미 디지털 인쇄기가 오프셋 인쇄기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박승필 한국후지제록스 팀장은 “나만의 달력이나 포토앨범 등 일대일 맞춤형 인쇄는 오프셋 방식으로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업에서도 타깃 마케팅이나 소규모 출판에서는 디지털 인쇄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 인쇄 시장은 매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오는 2010년 1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웹페이지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프린터 사용자는 콘텐츠 생성을 위해 PC의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료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웹의 출력 환경은 대부분 미비하다.

 프린터업계는 이를 새로운 시장으로 본다. 콘텐츠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툴을 제공해 디지털 페이지 출력의 수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포털업체와 제휴를 맺고 웹프린팅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 사진은 물론이고 리테일 사진 시장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디자인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겨냥한 솔루션도 내놓고 있다.

 노정욱 한국HP 부장은 “소비자는 텍스트는 물론이고 사진·동영상·음악 등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프린팅할 것인지에 관심이 높다”며 “이 같은 수요를 제대로 파악한 업체만이 웹페이지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린터 환경의 변화는 판매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린터 업계는 프린터와 소모품 판매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출력 페이지당 요금을 부과하는 온디맨드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프린팅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프린팅 아웃소싱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심규호·김익종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