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1부)진로를 재설정하라①SW 

지난해 개최된 SEK 2007 행사에서 이지시스템 직원이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펜 입력방식을 이용,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SEK 2007 행사에서 이지시스템 직원이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펜 입력방식을 이용,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부문별 매출 비중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SW) 1위 기업인 티맥스소프트는 인력을 500명 늘렸다. 현재 인력은 1500여명. 올해에도 500명 가까이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지난해 티맥스의 매출은 900억원가량. 그러나 올해는 국내 SW 업체로서는 최초로 1000억 고지를 훌쩍 뛰어넘어 1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100위권 SW 기업 매출이 18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100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약을 꿈꾸는 국내 SW 선두 기업=국내 SW 기업이 뒤늦게 발동을 걸고 있다. 80년대 초반, 일부 엔지니어들이 컴퓨터를 접하면서 시작한 한국 SW 역사는 90년대 초 ‘한메타자’ ‘한글’ 등이 출시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나 협소한 국내 시장,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 격차, 수요처의 인식 부족, 자금 유입 미비 등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변방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SW 산업에도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두 SW 기업은 비록 국내시장이기는 하지만 다국적 기업과 경쟁, 시장 선두를 유지하는가 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 분야인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에서는 IBM·BEA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기업을 제치고 지난 2004년부터 1위를 기록 중이다. 보안 분야의 자존심인 안철수 연구소는 창립 이래 보안SW 분야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매출도 지난해 처음으로 500억원을 돌파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MS의 워드에 맞서고 있는 기업으로 오피스·리눅스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478억원의 매출과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정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핸디소프트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투비소프트는 X인터넷 시장에서, 코리아와이즈넛은 기업용 검색 솔루션 시장에서 세계적인 SW 기업을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웹콘텐츠관리솔루션 분야에서, 더존디지털웨어는 회계SW 분야에서, 날리지큐브와 온더아이티는 KMS 분야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해외 시장 개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이미 일본 웹콘텐츠관리 솔루션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핸디소프트는 지난 수년간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 FBI에도 자사의 BPM 제품을 공급하는 등 성과를 서서히 내고 있다. 미라콤아이앤씨는 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에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잇따라 공급한 데 힘입어 최근 대규모 해외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SW 기업의 갈 길은 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선 규모 면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기업과 큰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 최대 SW 기업인 티맥스를 세계 3위인 오라클과 비교해 보면 매출액과 인력은 모두 10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최근의 대형 SW 기업은 수십건의 M&A를 통해 기술과 고객을 확보하는 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더욱 거대해진 골리앗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규모의 차이는 품질의 차이로 이어진다.

 김용옥 케이와이즈 사장은 “국내 SW 기업이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시점 이후에도 디버깅(오류수정)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이것은 해외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며 “결국 품질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고서는 해외 시장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품질 문제는 국내 SW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SW 분야에 지원하는 인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지난해 11월 SW개발, 웹콘텐츠개발, 컨설팅, IT서비스 등 IT 전문인력 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열악한 근무환경, 적은 급여 등으로 IT업계를 떠나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원인 한국SW공제조합 이사장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IT의 중요성과 최근의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이 대부분 IT 인재라는 내용을 가끔 강연하지만 강연 이후 설문조사 결과 IT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며 “공대에 인재가 몰리지 않고 공대생 중에서도 상당수가 금융 쪽에 눈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내소프트웨어 산업현황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수는 지난 2002년 5600여개에 달하면서 정점을 이뤘으나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지난해 업체 수는 4500여개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 종사하는 상시 종사자 수도 2002년 12만2000여명으로 정점을 이뤘으나 그 후 구조조정 여파로 인력 수가 줄어들었다가 지난 2005년 다시 늘기 시작, 현재는 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업체 수는 감소 국면에 있음에도 종사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SW 업체들의 규모는 커지고 인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02년 21.8명에서 2007년 28.1명으로 29%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생산액 규모는 지난해 3조33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20.8% 성장한 4조23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시장 규모의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2년에 패키지 소프트웨어 생산액은 5조원에 육박했으나 점차 하락하다가 지난해 반전됐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큰손은 역시 다국적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7년 회계연도(2006. 7∼2007. 6)에 3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오라클은 지난 2006년 회계연도(2006. 6∼2007. 5)에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IBM·SAP코리아·오토데스크코리아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티맥스소프트·안철수연구소·한글과컴퓨터·핸디소프트 등의 순으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그 뒤를 이어 더존디지털·미라콤아이앤씨·코리아와이즈넛·알티베이스·투비소프트 등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