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82)로봇기술자격증

[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82)로봇기술자격증

 학생들의 로봇공학 지식을 평가하는 로봇기술 자격증 제도가 다음달 17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된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주관하는 로봇기술 자격증은 국내 최고의 로봇 전문가와 교사들이 로봇 분야의 토플(TOEFL)을 목표로 개발한 새로운 평가프로그램이다. 지난 몇년새 로봇 붐을 타고 우리나라 로봇교육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청소년 대상의 로봇 교육은 지나치게 흥미 위주여서 실질적인 로봇 기반의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데 미흡했다. 각종 로봇경진대회에서 한 두번 수상만 하면 마치 로봇영재가 된 것처럼 어린 학생들을 띄워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대학가의 로봇공학교육도 아직 체계적이지 못해서 로봇 인력들의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로봇기술 자격증은 이같은 로봇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수준별로 어느 정도의 로봇공학 지식을 갖췄는지 다양한 과목별 시험문제를 통해서 실력을 측정하자는 것이다. 로봇대회 등수가 아니라 객관적 점수로 환산된 로봇 지식은 학생과 교사들을 자극하고 결국 로봇 교육계 전반의 질적 향상을 촉진하게 된다. 교육기관들의 산만한 로봇 커리큘럼도 로봇기술 자격증의 시험과목 배정에 따라 최소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처럼 로봇지식 전반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로봇강국인 일본·미국·독일에서도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로봇기술 자격증 제도가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로봇교육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기술 자격증의 개요=로봇기술 자격증은 난이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응시하는 4급, 고졸 예정자를 겨냥한 3급, 2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를 상정한 2급, 4년제 대졸 예정자를 기준으로 만든 1급으로 나눠 필기와 실기시험이 차례로 치뤄진다.

 로봇기술 4급은 초등학생도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단계로서 필기시험에서는 로봇 분야의 간단한 상식과 메카트로닉스, 프로그래밍 기초 등을 평가하게 된다. 로봇기술 3급 자격증은 올해 고교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층을 주타깃으로 하며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논리회로 과목이 더 추가된다. 난이도는 기능사 수준이다. 이보다 높은 로봇기술 2급 자격증은 올해 2학년이 되는 대학 졸업예정자를 기준으로 산업기사 수준의 난이도를 갖게 된다. 영상처리와 제어공학에 대한 문제들이 추가로 출제된다. 가장 어려운 로봇기술 1급 자격증은 4년제 대학의 졸업반 수준을 목표로 동력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이 나온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로봇 기술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도 응시가 가능하다.

 필기시험은 각 등급별로 한 시간 동안 50문항의 객관식 문제를 풀어 30문제 이상을 맞춰야 통과된다. 1차 필기시험이 끝나면 두 번째 관문인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실기시험은 주어진 로봇키트를 한 시간(1, 2급은 두 시간) 안에 조립해서 특정 로봇 기능을 구현하느냐에 당락이 달려 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의 조립과정과 프로그래밍, 목표 수행까지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등급별 자격증을 따게 된다. 즉 로봇기술 자격증은 로봇에 대한 공학지식과 개발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인 셈이다.

 ◇시험준비 어떻게 하나=자신의 로봇 실력이 어떤 등급에 해당하는지 대충 감이 잡힌다면 경기도 부천의 제어로봇시스템학회(www.icros.org)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오는 2월 17일 치러지는 제 1회 시험은 원서접수가 이달 31일까지다. 해마다 2월과 5월, 8월, 11월. 연 4회에 걸쳐 필기·실기시험이 동시에 진행되므로 수험생은 편리한 시험날짜를 고를 수 있다. 원서를 접수하고 나면 본격적인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 교재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막막할 것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제어로봇시스템학회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등급별 10개의 문제 샘플과 참고서 목록을 공개하기로 했다. 학회 측은 아시모프 로봇 3원칙과 같은 기초교양에서 메카트로닉스와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여러 종의 참고서를 단계적으로 제작, 배포할 예정이다. 또 시행 첫 해인 점을 감안해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너무 높게 잡지는 않을 예정이다. 가능한 빨리 시험을 치를수록 통과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한 출제위원은 “참고서를 꼼꼼히 읽어본 수험생의 절반은 1차 필기시험에 통과하도록 난이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기시험의 경우 대다수 수험생이 등급별로 정해진 로봇키트의 조립기술을 혼자서 익히기가 만만치 않아 로봇학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제어로봇시스템학회는 실기시험이 처음 실시될 오는 5월의 2차 시험 전에 표준화된 로봇키트 목록을 온라인에 공개해서 수험생들의 준비과정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주의할 점은 오는 5월까지는 서울·경기지역에서만 로봇기술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단위의 고사장 확대는 올해 8월의 3차 시험부터이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합격일로부터 2년 내에 실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한꺼번에 치를 경우 동시 합격자에게만 해당 자격증이 주어진다.

 ◇어디에 쓸모가 있나=로봇기술 자격증은 노력해서 딸만한 가치가 있는 자격증인가? 현재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본래 자격증의 가치는 설립목적의 타당성과 주관단체의 권위, 수험생들의 직접적 혜택, 이 삼박자가 맞춰져야 한다.

 우선 로봇기술 자격증은 급증하는 로봇인력 수요에 대응, 학생들의 로봇공학 지식을 넓힌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설립됐다. 자격증의 출제와 관리도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주관한다. 공정한 시험관리와 자격증의 수준 향상을 위해 국내 최대의 로봇학술단체인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시험출제 및 운영을 맡기로 했다. 전자신문사는 로봇교육의 발전을 위해 로봇기술 자격증을 2∼3년내 국가공인 자격증으로 위상을 높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수험생들은 로봇 분야를 공부하거나 관련 일자리를 원할 때 자격증 획득으로 큰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미 광운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 고교의 경우 로봇 관련 특기생을 뽑을 때 로봇기술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기로 결정했다. 로봇 제조사들도 로봇 인력을 채용할 때 자격증 소지자에 우대 혜택을 줄 계획이다. 로봇기술 자격증은 한 개인의 종합적 로봇지식, 실력을 평가하는 세계유일의 평가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로봇 자격증 1급을 무난히 통과한 사람은 곧바로 일선 로봇업체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로봇기술 자격증은 그동안 흥미위주의 대회 수상에 매달려온 국내 청소년 로봇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로봇 관련 고교와 대학입학, 취업과정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봇 분야에 꿈을 가진 젊은이에게 로봇기술 자격증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고 한 단계 높이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인터뷰: 김진오 로봇기술자격증 운영위원장.

 “로봇기술 자격증은 우리나라의 로봇 교육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 자부합니다.”

 김진오 로봇기술 자격증 운영위원장(49)은 학생들의 로봇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흥미위주의 로봇대회가 아니라 공인된 자격증을 통해야 학생들에게 로봇 교육의 목표의식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기술 자격증은 학생들이 배워야 할 로봇 지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시험문제는 로봇의 운동과 센싱, 지능에 대해 수험생들이 무엇을 알고 있나 평가하게 될 겁니다.”

 그는 로봇 교육도 커리큘럼과 평가체제를 표준화해야 학생들의 실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기술자격증 시험을 통해 축적된 로봇교재, 문제들을 로봇 교육 콘텐츠로 키워서 세계 시장에 내보낸다는 포부도 밝혔다.

 “국내에 출판된 로봇교과서는 대부분 번역책 밖에 없습니다. 이번 자격증 제도가 로봇 분야의 토플로 위상을 잡는다면 국내 참고서적들이 해외로 수출되는 날도 올 겁니다.” 김진오 위원장은 로봇기술 자격증이 학생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도록 주요 대학입학과 대기업 취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로봇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로봇기술 자격증의 미래는 낙관적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자격증제도를 통해서 로봇 기술에 꿈과 자신감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2008년 로봇자격증 시험 일자

-회차 / 검정등급 / 시험구분 / 시험일자

1회 / 1급∼4급 / 필기 / 2월 17일(일요일)

2회 / 1급∼4급 / 필기 / 5월 18일(일요일)

2회 / 1급∼4급 / 실기 / 5월 18일(일요일)

3회 / 1급∼4급 / 필기 / 8월 17일(일요일)

3회 / 1급∼4급 / 실기 / 8월 17일(일요일)

4회 / 1급∼4급 / 필기 / 11월 16일(일요일)

4회 / 1급∼4급 / 실기 / 11월 16일(일요일)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