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필(Phil)로 KT를 느껴(feel)보세요!”
KT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120명. 이 사람들 도대체 왜 갑자기 악기에 ‘필’이 꽂혔을까. KT에 98명, KTF에 14명, KTH에 5명, KT텔레캅에 3명이다. 한 번 모이기도 힘들 정도겠다.
지난해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 ‘즐거운 인생’이 흥행한 뒤 이른바 ‘직장인 밴드’가 유행처럼 번지는데, 이 사람들 혹시 직업을 바꾸려는 것 아닐까. 한두 명도 아니고 120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이니 반짝 모였다가 흩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동호회 안을 조금 들여다 보니 그 열정에 델 수도 있겠다.
최우연 씨(KT 서부본부 부평지사)는 한창 엄마 손길이 필요한 여덟 살, 네 살 짜리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토요일에도 동호회를 찾아 바이올린을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운다고 한다. 역시 엄마이자 회사원인 김유경 씨(KT 전략기획실)도 플룻에 ‘가슴 떨리는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담아내고 있다.
엄마로, 직장인으로 사느라 잊었던 ‘연주자의 꿈’에 뒤늦게 불이 붙은 것일까. 아니, 최 씨와 김 씨 모두 처음 악기를 잡아보는 것이다. 회원 대부분도 연주를 시작한 지 1년이 안 된 사람들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바이올린·비올라·첼로·클라리넷 등 단어가 전하는 무게(?)가 만만치 않다. 한결 배우기 쉽고 모이기 쉬운 동호회가 많았을 텐데, 하필 오케스트라였을까.
“만나서 연습하고 대화할 때마다 일과 악기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서로 멋진 자극을 받습니다.”
길현주 악장(KT 혁신기획실)의 대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곳(오케스트라)에서 동료애와 열정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06년 10월 KT 관계사 모두를 대상으로 단원을 모집하고, 그해 12월에 창단 발족모임과 작은 음악회를 열었을 정도로 열정도 오래 담금질 됐다. 지난해 5월에는 가족을 초청해 ‘봄 콘서트’를 열고 사내 정기연주회를 기획하는 등 열정 크기가 쑥쑥 커지고 있다.
성연주 오케스트라 단장(KT 영동지사)은 “전문 오케스트라처럼 잘하는 연주를 들려드릴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연주를 들려드릴 것”이라며 “서툰 손놀림들이 하나가 되겠다는 정신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지 직접 감상해보세요”라고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직장인 가슴 앞에 초청장을 펼쳤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