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해당 업체의 정보에만 의존할 뿐 실제 얼마나 수출됐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통계치에 나오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산업자원부 관계자)
“우리도 답답하다. 우리 내부 자료는 알지만 산업 전체의 수출입 물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어 마케팅 자료 조사에 애를 먹는다.”(LCD 패널 업체 관계자)
세계 최대 LCD 패널 수출국이 수출입 통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 통관코드인 ‘HS코드’ 분류체계에서 모니터용 LCD와 노트북용 LCD 패널이 자체 분류 코드를 갖고 있지 못한 탓이다. 모니터용 LCD 패널은 액정 모니터 완제품에 포함되며, 노트북용 LCD 패널은 컴퓨터 기타 부품에 분류된다. PDP 패널 또한 독자 분류코드 없이 영상모니터 부품류에 묻혀 계산된다. 반도체와 더불어 국내 최대 주력군으로 급부상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을 감안해서라도 대대적인 분류코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 이름 없는 패널=지난해 개정된 HS 분류코드에 따르면 모니터용 LCD 패널은 액정 모니터 완제품류에 함께 포함된다. 업계는 매월 수출입 통관을 집계할 때 모니터용 LCD 패널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컴퓨터 기타 부품에 속하는 노트북용 LCD 패널도 정확한 수출입 통계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TV용 PDP 패널도 영상모니터 부품으로만 분류돼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는 관세청과 더불어 매월 수출입 동향을 집계하는 산업자원부의 통계조차 이같은 HS코드 분류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LCD 패널 가운데 노트북과 모니터 제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실제 수출 통계와 오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분류코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꾸준히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면서 “특히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최근 들어 워낙 빠르게 성장한 탓에 제도가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점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자부가 LCD 패널 수출입 통계를 작성할 때 패널 업체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기도 한다.
◇현실적 난관=이같은 문제 의식에도 당장 정비가 어렵다는 게 골칫거리다. HS코드는 국제관세위원회(WCO)가 무역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각 회원국들의 요청에 따라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에 걸쳐 소멸·신설되는 품목을 반영한다. 지난해 4차 개정 결과가 현행 디스플레이 패널의 HS코드로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 간은 현재 분류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 국내만 LCD 패널에 독자 분류코드를 부여하는 것도 어렵다. 일례로 모니터·노트북용 LCD 패널에 별도 세분류코드를 적용하면 국제협정에 따라 관세가 매겨지는가 하면, 디스플레이 패널 몇 가지를 정비하기 위해 방대한 분류코드 체계를 손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분류코드 정비가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적어도 수출입 통계만큼은 보다 정확한 집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행 HS 코드 체계가 불가피하다면 산자부의 수출입 통계는 패널이 포함된 해당 품목에 가중치를 주는 식으로 현실화할 필요성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HS코드 개정을 통해 휴대폰용 LCD 패널과 OLED 패널은 각각 독자 분류코드를 부여받았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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