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작년 말 한국 소프트웨어(SW)업계에 커다란 낭보가 하나 터졌었다.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를 회원국으로 하는 유럽특허청이 한국 SW업체인 시리우스소프트가 한국특허정보원과 함께 개발한 특허번역소프트웨어(K2E-PAT)를 회원국 기업들에 유료(건당 23유로)로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제기구가 한국 SW업체의 기술력을 인정해 대신 판매한 셈이다.
이재황 시리우스소프트 사장(45)은 해외진출 성공 소감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왜 국산 SW를 신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던졌다. 국내에서 국산SW의 기술력을 인정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사례로 소개했다.
“최근 한국에 특허를 출원한 오스트리아의 한 철강회사를 방문해 특허번역SW로 시연했더니 그쪽 관계자는 ‘기계번역이라는 것이 농담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품질 하나는 믿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죠.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부정관사 an인 a로 표기됐다는 이유만으로도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는 이어 “30페이지 분량 특허 하나를 직접 번역하는데 2일이 소요된다면 저희 제품은 고작 몇 초면 끝난다”며 “신속성 하나만으로도 이 제품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서울대 신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이후 특허청에서 5년여 근무한 그는 특허번역SW 이전에도 2000년 창업 이후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e마켓플레이스 운영, 웹카달로그, 휴대형 모바일단말기, 스마트칩 그리고 블루투스 기반 단말기 등. 그의 말대로 매년 1개꼴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 추진력이 어디서 나올까.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관련된 사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고민합니다. 그러면 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게 꼭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죠.”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사용되는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허청에 있을 때 UN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회의에 참석했다가 전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로 토론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글로벌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이를 사업을 통해 이루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났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