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잇따른 차세대시스템 도입계획이 IT 인력난으로 시작단계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차세대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국내 은행 및 보험 업계는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자금세탁방지법(AML) 시행에 대비한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인력난으로 일부 프로젝트가 연기되는가 하면 인력 스카우트 전쟁마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금융·증권·보험 등에서 차세대 사업만 총 18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연내 예정된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최소 25건이 넘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수행될 예정이다.
보통 은행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200∼300명의 인력이 투입되는만큼 올해 금융권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산 인력만도 월 최소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은행권보다 뒤늦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증권업계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 업계 최초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증권은 이후 7명의 전산 인력이 빠져나갔다. 전산담당 실무책임자는 “우리가 먼저 구축하다 보니 경험 있는 우수 인력의 접촉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A증권사는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자 차세대 구축을 잠정 연기했다. A사는 심지어 인력 유출이 잇따르자 최근 내부 연락망에 휴대폰 번호를 모두 삭제해 버렸다. 전산실 관계자는 “내부직원에게 인력 추천 전화가 잇따르자 급하나마 없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철 대신증권 IT본부장은 “이미 차세대 선발 금융 기관들조차 적정한 프로젝트 개발 인력들을 간신히 확보했을 정도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뒤늦게 차세대를 진행하는 금융기관들은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세대시스템발주로 인력이 부족해진 IT서비스 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주전 열기가 식어 단독 입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하나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입찰 때에는 삼성SDS·LG CNS·한국IBM·SK C&C 4개사가 경쟁적으로 참여했지만 KB국민은행 입찰 때에는 분야별로 1개사만이 입찰에 참여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