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T업계가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인력 빼가기’가 속출하자 모 증권사는 내부통신망에 직원의 휴대폰 연락처를 모두 삭제해 버렸다고 한다. 사실 이 같은 문제가 예견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부는 관련 대책 회의도 가졌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처음은 아니고 또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보고 별도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금융업계와 IT서비스 업계의 공통된 과제가 있다. 바로 ‘해외시장’이다. 제조도 마찬가지지만 금융과 서비스도 이제는 ‘글로벌’이다. 벽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금융특수가 발생한 주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 회계기준은 2011년 상당 부문 통일된다. 우리 회계기준에 맞는 IT시스템이 해외에서도 적용 가능한 시대가 오는 셈이다.
금융·IT서비스업계 모두 사람이 핵심이다. 이번 문제의 계기가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IT 인력을 너무 소홀히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90년대 말 대대적인 시스템 구축 당시 금융권에서 대거 IT 인력을 양성했지만 이후 일이 줄고 회사가 어려워지자 대거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더 이상의 과오는 안 된다. 금융·IT서비스 업계 모두 사람을 키워야 한다. 제조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 미국 비제조업의 R&D 투자는 이미 전체의 35%를 기록했다. 미국 서비스산업 경쟁력의 비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IT인력난의 한 이유로 금융기관들이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IT 인력들이 함께 빠져나갔다는 것도 꼽히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우리의 우수한 IT 거래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IT 인력에 대한 인식 그리고 관리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
김준배기자<컴퓨터산업부>@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