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작]

[금주의 개봉작]

◆라디오 데이즈

1930년 일제강점기. 만사가 귀찮은 타고난 한량 라디오 PD ‘로이드’에게 관심사는 오직 당대 최고의 신여성이자 재즈가수인 ‘마리’ 뿐이다.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가 우연히 ‘사랑의 불꽃’이라는 시나리오를 손에 넣으면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진다.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제멋대로인데다 걷잡을 수 없는 애드리브로 방송사고에 가까운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가 시작된다.

한번도 시나리오를 완성해 본 적 없는 작가의 대본, 생방송 중에 다시하겠다는 제멋대로의 재즈가수 마리, 푼수 기생 명월, 거사를 꿈꾸는 의문의 소리효과 담당 요원 K. 이렇게 애매한 조합으로 구성된 조선 최초의 드라마는 의외로 청취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결론을 알 수 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사랑의 불꽃은 암울했던 시대에 유쾌한 웃음을 준다. 멋진 스윙 재즈의 리듬이 영화의 맛을 살리고, 웃음 뒤에는 감동과 슬픔이 숨겨져 있다.

◆원스 어 폰어 타임

1940년대 일제 치하 경성, 민족의 이름을 부르기는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도 개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혼란한 시대에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와 재즈가수 춘자의 목표는 독립도 해방도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동방의 빛’을 차지하는 것. 동방의 빛은 신라 천 년의 상징이라 불리던 석굴암 본존불상의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 이마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다. 일본 군부의 최고 권력자인 총감은 수 년간 집요한 노력 끝에 ‘동방의 빛’을 얻게 되고, 승리를 자축하는 동시에 하루 빨리 본국인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한 환송회를 개최하게 된다.

한편, 전도유망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천의 얼굴을 가진 경성 최고의 사기꾼인 봉구와 경성 제일의 재즈가수이지만 실제는 경성 제일의 도둑 ‘해당화’인 춘자는 동방의 빛 환송회 자리에 동행한다. 서로 정체를 모르는 그들은 동방의 빛을 훔치려는 야심이 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이 벌이는 경성 최고의 사기극이 시작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