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비스타, IT산업 구세주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심작인 윈도 비스타가 국내에 출시된 지 내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1억카피, 국내에서만 300만카피 이상 판매됐다. 출시 초기 문제가 됐던 호환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 한국MS 조사 결과 현재 국내 상위 1000개 인터넷 사이트의 96.5%가 윈도 비스타에서 큰 문제 없이 돌고 있으며 시중 19개 모든 은행의 인터넷뱅킹, 모든 증권 서비스도 윈도 비스타상에서 실행된다.

 외견상으로는 순항하는 모습이지만 윈도 95처럼 IT산업 전반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장 반응 싸늘=고성능의 하드웨어 규격을 요구하는 윈도 비스타 특성상 윈도 비스타 구매자의 상당수가 윈도 XP로 다운그레이드하고 국내 대기업 가운데 소프트웨어 호환성 우려로 윈도 비스타를 채택한 기업이 여전히 전무하다. 시장 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2% 증가한 457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윈도 비스타가 PC 수요를 견인했다는 증거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PC 시장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2억6000만대에 그쳤다. 이전 해는 10%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혜주로 기대됐던 메모리산업은 완전히 죽을 썼다. 윈도 비스타 특수를 겨냥한 반도체기업의 증산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D램 가격 폭락을 야기했다. 하이닉스 측은 “당초 윈도 비스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기대만큼 수요가 받쳐주지 않았다”며 “작년 초 PC업체가 윈도 비스타 수요를 겨냥, 선주문한 물량이 소진되지 않으면서 힘든 한 해가 됐다”고 밝혔다.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339억달러였던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7억달러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MS “성공적” 자평=LCD업체만 함빡 웃었다. 윈도 비스타로 수익성 높은 와이드 LCD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모니터용은 지난 2006년 1분기에 와이드 비중은 7.6%에 그쳤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53%로 확대됐으며 노트북 와이드 비중은 같은 기간 62.2%에서 93.3%로 증가했다.

 장홍국 한국MS 이사는 “지난 2002년 출시된 윈도 XP의 판매 추세와 윈도 비스타의 판매 추세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며 “특히 새 OS 출시 후 6개월 내 발생했던 보안 문제점을 살펴보면 윈도 비스타가 가장 적을 정도로 안정적인 OS”라고 밝혔다.

 손익 측면에서는 효자다. 최근 발표된 MS의 2분기(2007. 10∼2007. 12)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세를 보였으며 윈도 비스타가 포함된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은 43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났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