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IT기업이 고유가와 수출 부진으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도시바·NEC·산요 등 주요 기업이 최근 공개한 지난 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익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업체 IDC재팬은 올해 일본 IT시장이 기업용 서버·PC·소프트웨어 활황에 힘업어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난 12조5453억엔 규모가 되겠지만 성장세는 작년보다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 경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미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 전 세계에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시바는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421억엔으로 전년 대비 25% 급감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이 가격 하락으로 수익이 떨어진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내건 HD DVD 플레이어도 블루레이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라오카 후미오 도시바 수석부사장은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고 올해는 작년보다 50% 더 낮아져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도쿄 긴자 사옥을 매각하는 등 극약처방으로 지난해 분기 순익을 전년보다 11% 늘어난 805억엔에 마감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사업과 원자력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도시바뿐 아니라 메모리업체 엘피다 메모리, 세계 최대 반도체 시험장비업체 어드밴티스트도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62억엔과 455억엔 줄어 반도체 불황을 실감하게 했다.
NEC는 지난 분기 52억엔(458억여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이는 1년 전인 2006년 4분기 순익 26억엔(약 230억원)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160억엔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매출 역시 4% 떨어진 1조엔에 머물렀다.
NEC가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주력인 이동통신장비 사업이 부진한 데 있다. 오노 다카오 NEC 부사장은 “지난 분기 일시적인 이동통신장비 매출 감소로 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는 공급 지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이번 분기 흑자회복을 기대했다.
산요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오는 4월 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교세라에 매각하고 세탁기사업부와 TV·디지털카메라사업부, 백색가전사업부를 각각 분사하기로 했다.
류경동기자·조윤아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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