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보이지 않는 엔진

▦보이지 않는 엔진

:데이비드 S. 에반스·안드레이 학주·리처드 슈말렌지 지음, 최민석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휴대폰·내비게이션·MP3플레이어·PMP·PDA 등의 기기는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윈도 운용체계가 탑재한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플레이스테이션·X박스 등으로 게임을 즐긴다면 당신은 오래 전부터 부지불식간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구글과 아마존·이베이 등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전반에서 응용되며, 생활 깊숙히 파고 들었다.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돼버린 것이다.

 ‘보이지 않는 엔진’은 MIT 슬론스쿨과 시카고 대학교 로스쿨,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들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를 방대한 연구조사와 최근 비즈니스 역사를 기반으로 설명한 책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응용한 각 산업의 역사와 다양한 계층의 고객들을 해당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기업들의 가격 책정, 제품 디자인, 에코시스템 구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 책은 2006년 미국출판협회로부터 ‘최고의 비즈니스북’으로 선정됐다. 해동과학문화재단이 지원해 한국공학한림원, 역자 등의 수고로 국내에 소개된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들이 이 보이지 않는 엔진을 탑재해 도약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를 통해 총매출의 약 40%를 벌어들였다.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우상이 됐다. 애플과 소니·팜·아이모드·도코모·소더비즈·이베이·삼성 등 수많은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플랫폼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 사이 전사자도 생겨나기도, 영웅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책에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응용되고 있는 PC·비디오게임·PDA·모바일폰·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역사와 각 기업들의 전략을 다룬다. 성공과 실패, 경쟁과 협력의 역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가장 최근에 발전한 사업이라 할 수 있는 PDA와 모바일폰 사업의 역사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연대표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1760년부터 1830년까지 증기엔진과 철강 생산 기반의 1차 산업혁명에 이어 1850년부터 1930년까지의 2차 산업혁명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PC나 비디오게임기 등에 적용하고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1980년께부터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새롭게 열리는 ‘통합’과 ‘연결’의 시대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기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그 해답을 미국 경제·경영학자들이 펴낸 이 책에서 찾아보자. 1만7000원.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