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재테크 시대](24)미술계에 강한 ‘老風’

“미술계에 강한 ‘노풍(老風)’이 불고 있다.”

김종하·박영동·안영목·이동진 등 70∼90대 노(老)작가들의 작품에 눈독을 들이는 미술품 애호가들이 급증했다. 온라인 경매 덕택에 노작가들의 작품이 미술품 애호가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됐고, 노작가들 작품이 희소성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은 매물로 올라오기가 무섭게 낙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기 상승으로 노작가들의 작품 공급이 애호가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전이나 초대전을 통해서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그림을 선보여온 노작가들이 아이러니하게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미술품 시장에서 노작가들의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노작가들은 작품 완성 속도가 늦다보니 경매에 자주 매물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은 미술품 중개상이 거의 없었다. 중개상 위주의 미술품 시장에서 소외된 노작가들의 작품가격은 필연적으로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터넷 세상의 도래가 이 같은 부당함을 개선해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작가들의 작품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노작가들은 기력이 쇠잔해 창작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희소성으로 인한 미술품 가격 상승을 노리고 노작가들의 작품을 사 모으는 투자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노작가 중 대표주자인 김종하 화백의 1980년작 ‘여인의 뒷모습(30호 유화)’ 은 인터넷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7100만원에 팔렸다.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는 “온라인 경매에서 고령의 화가들 작품이 인기를 더해가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으로 봐야한다”며 노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미술품 애호가들의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형수기자@goldlion2

사진: *신동권작 ‘일출 - 신,망,애(日出 - 信,望,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