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뒤편에서 세검정으로 향하는 길. 부암동 일대는 겨울 끝에서 가벼운 차 한 잔을 음미하며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여유를 찾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이곳에는 서양화가 김환기를 기념해 1992년 개관한 환기미술관이 있다. 김환기는 1913년에 태어나 1974년에 사망한 화가로 한국 근대회화의 추상적 방향을 여는 선구자였다. 구체적인 이미지 대신 연속적인 사각 공간 속에 점묘를 배열해 한국적 모티브를 살린 작품을 창작했다.
환기미술관에는 화가 김환기의 작품의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가 열린다. 지난 25일부터 ‘김환기 십자구도 사방구도-선을 그리다, 선을 나누다, 선을 비우다’ 전에 김환기의 유화 및 드로잉 작품을 전시중이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은 4000원이다.
환기미술관에는 전시관 외에도 아트숍과 강의실이 있다. 아트숍에선 구매할 수 있다. 판화, 포스터, 스카프, 다이어리 등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는 상품이 제작, 판매되고 있다.
환기미술관 모퉁이에는 ‘노란집’으로 불리는 노란색 작은 간판만 있는 찻집이 있다. 손님이 들어오면 주인이 차를 내고 밖으로 나가는 이 초미니 카페는 비밀스럽게 차 한 잔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최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음악감독인 최한성(이선균 분)의 집으로 유명세를 탄 카페 ‘산모퉁이’는 부암동의 명소가 됐다. 갤러리 카페인 산모퉁이는 지하에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전시공간보다 유명한 곳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최한성이 음악작업을 하던 2층이다. 고지대에 위치한 카페의 2층 창을 통해서 북악산과 서울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부암동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발소 옆에 자리 잡은 간판도 없이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호기심에 대한 책임감’을 만날 수 있다. 네 평 남짓한 이 갤러리는 비어있던 가게를 활용해 지어졌다. 길을 지나는 누구나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주인의 소박한 마음만큼 아담하고 예쁜 공간이다.
부암동 일대를 둘러보다 출출해지면 손만두집 ‘자하’에 들러 허기를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암동이 내려다보이는 한옥집에 앉아 맛보는 조미료를 넣지 않은 담백한 만두국물은 늦겨울 추위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