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대신 물건을 찍어내는 3차원 프린터(실물복제기)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상용화에 들어간다.
한국기계연구원(원장 황경현) 첨단산업기술연구부의 김동수 박사팀은 산자부 지원을 받아 산업용 및 오피스용 3차원 실물복제기(Real Object Duplication System) 3개 모델을 완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장비는 기계부품, 가전기기, 도자기 등 무엇이든 3차원 형상만 스캔받으면 한두시간 안에 동일한 형상의 금속, 플라스틱본을 제작할 수 있다. 실물복제기는 잉크젯 프린터가 글자를 찍듯이 물건 형태에 맞춰 플라스틱 수지, 금속 파우더를 일정한 두께로 뿌린 다음 순간적으로 굳히고 차곡차곡 쌓아 원본을 재현한다. 설계도면에만 존재하는 부품도 3차원 실물복제기를 통하면 금방 실물로 만들 수 있어 자동차, 가전, 의료, 금형제작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
김박사팀이 개발한 이 제품은 넓이 60cm, 높이 80cm의 대형 부품까지 쉽게 복제하며 정밀도는 0.2mm 수준이다. 오피스용 실물복제기 2개 모델은 책상만한 크기로 슬림화시켜 사무실, 가정에서도 원하는 물건의 스캔데이터를 다운받아 척척 찍어낸다.
실물복제의 형상을 만드는 기본재료인 특수 플라스틱 파우더도 국산화됐다. 김박사팀은 수입가격이 kg당 5만원이 넘는 폴리아미드 파우더를 절반 이하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양산기술까지 확보했다. 프린터에 비유하자면 돈이 되는 잉크토너를 개발한 셈이다.
3차원 실물복제기시장은 미국, 일본에서 활성화됐다. 국내 일부 연구소와 대기업도 도입했으나 배당수억원이 넘어 아직 대중화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기술이전을 원하는 민간기업을 통해 하반기부터 국산 3차원 실물복제기를 외산의 절반가격으로 시판할 계획이다. 김동수 박사는 “앞으로 원하는 휴대폰이 있으면 설계도만 받아서 집에서 프린터로 찍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3차원 실물복제기의 국산화가 중소제조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