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세계 디지털음악 시장 현황

 ‘혁명(Revolution)과 혁신(Innovation), 그리고 책임(Responsibility)’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이 디지털음악 시장 개화 5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디지털음악 보고서(Digital Music Report) 2008’이 던진 화두다.

디지털기술은 전통적인 음악 시장을 크게 변화시켰다. 카세트와 CD 판매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다운로드, 모바일음악, 배경음악 등 수많은 채널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P2P 등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복제 문제 해결은 디지털음악 시장의 영원한 숙제다.

◇5년 만에 1000배 시장으로=디지털음악 시장의 놀라운 성장은 수치로 확인된다. 2003년 2000만 달러(189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무려 29억 달러(2조 7000억원)로 커졌다. 전체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까지 올라갔다. 2003년 50개 이하였던 온라인 음악상점은 500개 이상으로 늘었고 100만곡 수준이던 음악 데이터베이스 역시 600만곡 이상으로 늘어나 사실상 모든 곡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에이브릴 라빈의 ‘걸프렌드’는 다운로드 건수만 730만번을 기록하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디지털음악의 영예를 안았다. 판매 10걸 모두 각각 45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면서 주요 수입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시장 선도=한국과 일본은 디지털음악 판매가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를 상쇄한 국가로 소개됐다. 한국은 전체 음악 시장의 60%가 디지털 판매로 채워진다. 워너뮤직이 발매한 백지영의 ‘스마일 어게인’ 앨범은 전체 수익의 67%를 디지털 판매에서 얻어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 시장의 특성을 한마디로 ‘모순(Contradiction)’이라고 표현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이 음악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반면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모바일음악의 테스트베드다. 전체 디지털음악 매출의 90%를 모바일 분야에서 거두고 있다. 일본은 음반사가 모바일음악 판매 사업체를 공동설립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적극 키워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대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8억 4400만 건의 디지털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전년 대비 45% 성장했고 모바일음악 다운로드도 4배나 늘었다. 영국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모바일음악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은 전년 대비 3배나 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중국은 전체 시장의 99%가 불법복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위기와 기회=2005년 세 배에 이르던 성장세가 2006년에 두 배로, 지난해 40%로 떨어졌다.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분석도 일부 있지만 결국엔 인터넷 공간에서의 불법복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IFPI에 따르면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합법 시장의 최소 20배에 이른다.

사태의 심각성에 정부까지 나섰다.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함께 상습적으로 디지털음악을 불법 다운로드하는 사람의 서비스 이용을 정지하는 협약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컴캐스트와 같은 ISP가 P2P 이용 트래픽을 조절하고 중국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불법복제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등 디지털음악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기술이 음악시장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2007년 현재 디지털음악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100종류가 넘는다. 곡당 다운로드 서비스를 기본으로 월정액을 내고 빌려 듣는 구독 서비스, 광고를 보고 음악을 공짜로 듣는 서비스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궁무진하다.

디지털기술은 음악의 질적인 성장도 불러온다. 음반 기획자들은 이제 데모 테이프를 받는 대신 마이스페이스나 유튜브에서 오디션을 한다. 마이스페이스에는 120만명의 록가수 지망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알리고 있다. 수많은 온라인 지망생들 중에 선택된 소수의 ‘천재’들이 시장으로 들어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모두 디지털기술 덕분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