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연휴 TV프로그램도 비슷비슷해 보이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나가는 일도 귀찮다면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보는 만화책이 제격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이사장 조관제)는 이번 설 연휴 무료함을 달래줄 만화로 ‘타짜’ ‘터치’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추천했다.
‘타짜’는 화투에 삶의 희망을 건 타짜들의 승부를 드라마틱하게 그린 허영만, 김세영의 대표만화다. 랜덤하우스가 출간한 이 만화는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져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스케일, 간결하고 거침없는 대사,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현란한 화투 기술까지 보는 재미를 다양하게 선사했다. 윷놀이와 함께 설날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대표적인 놀이가 된 화투놀이를 즐기기 전에 만화 타짜를 보며 고수의 기술과 내공을 흉내내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시골 친적집을 방문했을 때 무료함을 느낀다면 일본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를 권한다. 쌍둥이 형제지만 성격은 극과 극인 라이벌 타츠야와 카즈야 그리고 소꿉친구 미나미를 중심으로, 미묘한 삼각관계와 연애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을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따뜻하고 세심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연휴를 맞아 꿈과 고민이 많던 10대의 추억을 되돌아 보고 싶다면 대원씨아이가 새해를 맞아 출간한 ‘터치’ 소장판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풀의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명절을 맞아 관심과 소통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만화다. 대학로에 겨울이면 찾아오는 노인들의 러브스토리 ‘늙은 부부 이야기’나 2002년 등장 후에도 끊임없이 큰 이슈를 제공하고 있는 늙고 못생긴 이들의 사랑이야기 ‘죽어도 좋아’는 모두 세속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에게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그것’이라고 알려주는 노인들의 러브 스토리다. 아직은 ‘남사스레’ 비쳐지는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 세번째인 이 작품의 주인공도 역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슴 저림을 선사한 ‘황혼의 사랑’이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 한다. 온라인 만화로 먼저 선보인 ‘강풀의 순정만화’는 문학세계사가 출판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