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으로 한국에서는 KAIST와 ICU를 합쳐야 하는 것이 맞고 그 정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통합 논란만 1년 가까이 벌어진데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어 IT대학 설립을 따로 추진 중입니다.”
지난주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귀국한 서남표 KAIST 총장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ICU가 인사·예산 등 내세우는 조건이 많아 통합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힘을 합쳐도 어려울 판인데 다른 배를 타면서 기름값을 (선주에게) 내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서 총장은 “KAIST는 앞만 보고 가기도 숨가쁘다”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2조원을 들여 설립하려는 대학의 5개 해외 연구센터 가운데 1개를 KAIST에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총장은 “사우디 정부 측의 제안에 따라 1단계는 이미 통과했고 2단계 제안서를 준비 중”이라며 “이 제안서가 받아들여지면 지구의 환경 현안인 에너지와 물 문제 등을 풀어내는 연구센터를 KAIST에 설치하게 되고 연간 50억원씩 5년간 총 25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 총장이 추진한 NASA와 협약을 포함, 사우디 정부 측과 연구센터 유치 계획 등은 모두 KAIST 2단계 개혁방안인 ‘EEWS 글로벌 공동연구협력체제’ 구축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서 총장은 NASA와 협력을 놓고 “대학이 NASA와 협력, 달 탐사 위성을 개발하기로 한 것은 KAIST가 유일하다”며 “미국 내 유수한 대학을 모두 제친 것도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달 탐사 위성 개발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5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는 서 총장은 “무엇보다 KAIST의 박사후과정 학생을 3년마다 6명씩 3년 과정으로 보내 NASA의 연구 현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체류 비용도 KAIST와 NASA가 각각 2만5000달러씩 균등분담하기로 했다”며 “서로 힘을 합쳐 50∼300㎏급 소형 위성을 제작해 지구 저궤도를 돌며 이산화탄소와 지하자원의 분포를 분석하고 또 달 궤도로 위성을 보내 탐사한 뒤 나중엔 작은 로봇(Rovers)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라고 NASA와 향후 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