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휴대폰 사업은 어디로 가나.
모토로라가 “휴대폰 사업을 분리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하면서 지난 주말 휴대폰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언론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근거로 “모토로라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보도와 분석을 내놓았다.
◇분사에 힘 실릴 듯=업계와 전문가들은 매각보다 분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모토로라가 밝힌 대로 다른 사업 부문과 휴대폰 사업을 분리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휴대폰 사업을 집중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모토로라는 이날 성명서에서 “휴대폰 사업부의 회복을 빠르게 하면서 우수한 인력을 유지·확보하고 주주들에 휴대폰 사업부 가치를 재인식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분사로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빠른 조직을 만들어 휴대폰 사업 부활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주가하락으로 당장 매각하기가 난처하다. 모토로라의 시가총액은 260억달러 규모며 액면가로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휴대폰 사업부의 가치는 130억달러 정도다.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 모토로라로선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이다.
◇중국·대만업체가 나설 듯=모토로라 경영진이 매각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가치 측면에서 보면 휴대폰 사업부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주당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기업의 속성도 감안해야 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모토로라가 휴대폰 사업부 매각에 나선다면 중국과 대만의 기업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현실적으로 세계 최강 노키아나 삼성전자는 모토로라 인수로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전자업체들은 다르다. 인수를 통해 북미시장 진출은 물론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피터 유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LG가 안정된 휴대전화 플랫폼을 보유한데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타회사와 합병에 나서거나 제휴를 할 가능성이 낮다”며 “모토로라와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중국과 대만의 휴대폰업체들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부문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리-악재, 매각-호재=모토로라의 결정은 국내 휴대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분리와 매각 모두 국내 업체엔 호재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분리는 악재로, 매각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모토로라가 어떤 결정을 하든 단기적으로 조직과 제품군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토로라와 직접 경쟁을 벌이는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특히 북미의 시장 점유율이 수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리 인후 조직을 정비하면 북미 시장을 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치고 나올 수 있다. 지금보다 더 피 말리는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가 배수진을 치고 뛰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국내 기업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과 대만기업으로 매각되면 밴큐와 지멘스의 사례처럼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에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밴큐는 지난 2005년 유럽의 휴대폰 메이커 지멘스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했으나 인수 1년 만에 7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휴대폰 사업을 포기했다.
◆모토로라 연도별 매출(단위:억달러)
△연도 // 매출
- 2004 // 296
- 2005 // 352
- 2006 // 428
- 2007 // 366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