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가 명절 스트레스 풀어주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유쾌한씨는 이번 설 연휴가 반갑다. 긴 연휴 덕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오랫동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가 이번에 부모님의 설 선물로 장만한 것은 로봇 청소기. 60만∼70만원 대의 고가의 제품이긴 하지만 청소를 했던 곳의 청소 기록과 먼지 양 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센서를 갖춰 부모님의 수고를 덜어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가 로봇청소기를 구매하기 전에 한 일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린 후기를 꼼꼼히 살펴 보기. 가격, 성능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 실제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까지, 요즘 블로거들의 상품평은 웬만한 설명서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1. 내비게이션으로 귀성길 대비=유쾌한씨가 사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통영까지는 자동차로 다섯 시간 거리. 그가 최근에 장만한 내비게이션은 장시간 운전에 꼭 필요한 친구다. 실시간 교통정보(TPEG)가 지원되기 때문에 정체구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지상파DMB로 다양한 방송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DMB방송국이 준비한 교통 특집 생방송 시간도 챙겨뒀다.

요즘 내비게이션에 MP3 파일재생, 플래시 게임, 이미지·텍스트뷰어는 기본이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유씨는 귀성·귀경길 정체를 대비해 오디오북도 내려받았다. 좋아하는 작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과 한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에서 설날 이벤트로 무료로 제공하는 자기계발 서적이 유씨가 선택한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라디오 드라마처럼 여러 명의 성우들이 원작의 느낌을 살려 읽고, 연기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책과 색다른 감동을 준다.

유씨의 동생 별난씨의 귀성길 친구는 휴대용 게임기. 26세인 별난씨는 이 게임기에서 뇌나이가 스무살이나 많게 나오자 오기가 발동에 매일매일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별난씨가 생각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장점은 게임 방식이 단순하고, 사용이 쉽다는 점. 두뇌를 단련하고, 애완견을 기르고, 숲에서 가상생활을 즐기는 것에서 영화 감상까지 손 안에서 가능하니 별난씨가 이 게임기에 푹 빠진 이유다.

#2. 인터넷으로 다 되네= 온 가족이 모인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낸 유씨네 가족은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큰 고모댁에 연락하기로 한다. 연락 수단은 메신저. 웬만한 메신저에는 영상·음성대화 기능이 있어 공짜로 얼굴 보며 대화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국제 전화요금을 내며 통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씨의 노트북은 마이크와 웹캠이 내장돼 있어 별도의 헤드 세트도 필요없이 온 가족이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유씨에겐 영상·음성 대화가 익숙하지만 부모님에겐 아직 신기하고 낯선 일이다.

큰 고모댁과 온라인 대화를 마친 유씨네 가족은 고모댁에서 메신저로 전송한 사진을 IPTV에 연결해서 감상한다. 최근 IPTV의 셋톱박스 기능이 확장돼 PC에서 공유폴더를 지정하거나 저장장치와 연결해 동영상이나 음악, 이미지 파일을 TV에서 재생할 수 있게 됐다. PC나 디지털 카메라 화면보다 큰 화면으로 보니 큰 고모 식구들이 한층 더 가깝게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간 놓쳤던 최신영화와 ‘미드’를 보기에도 IPTV는 안성맞춤이다. 12월에 개봉한 ‘싸움’을 비롯한 ‘식객’ ‘바르게 살자’ ‘즐거운 인생’ 등 최신 인기영화와 ‘캐리비안의 해적3’ ‘트랜스포머’ ‘러시아워3’ 등 블록버스터를 보다 보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유명세는 알았지만 접하지 못한 ‘미드’ 열풍의 주역인 ‘프리즌브레이크 시즌 2’ ‘히어로즈 시즌 1’ 를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저녁이 되자 친척 어른들에게 전화하자 “새해 복 많이 받고, 설 선물 잘 받았다”는 인사를 건낸다. 명절 때면 택배 물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인터넷 택배 예약을 이용한 덕분에 작년과는 달리 제때 선물들이 도착한 덕분이다.

#3. 모바일로 통하는 세상=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하루 일찍 서울로 돌아오는 길. 주유소에 들른 유쾌한씨는 가입한 이통사의 ‘주유할인요금제’를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을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각 이통사들은 주유회사와 제휴해 주유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주유보너스 카드나 신용카드와 중복할인이 가능해 최대 ℓ당 600원까지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귀성·귀경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휴대폰을 이용하면 단축된다. 한 이통사의 모바일 하이패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톨게이트 통화시간도 줄고, 통행료도 설 연휴기간 동안 5% 할인되니 일석이조다.

서울로 돌아온 유씨는 남아 있는 연휴 기간에 그동안 못 본 괜찮은 한국 영화를 볼 때도 유씨에게 휴대폰은 유용한 수단이다. 결제는 물론이고 영화표도 휴대폰 바코드로 받는다. 유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영화 하이패스 서비스를 이용해 본 이후 예매·발권·입장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들어 영화관 나들이가 훨씬 더 쉽게 느껴져 이 서비스를 좋아한다.

연휴기간 맛있는 설 음식 탓에 늘어난 체중을 관리하는 데도 휴대폰은 필수다. 최근 가입한 ‘U다이어트’ 서비스에서 보내주는 다이어트 관리 문자, 칼로리 정보를 받아 다이어트 일기를 쓰다보면 당장이라도 나가 뜀박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