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하이닉스도 결국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다. 18분기만이다. 1년간 계속된 ‘D램 가격 하락’이라는 극심한 장마는 규모의 경쟁을 펼쳐온 하이닉스에 적지않은 타격을 안겼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3분기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한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하이닉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흑자를 유지하는 업체는 이제 삼성전자뿐이다. 지난해 D램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도 증산을 통해 벌인 규모의 경쟁이 D램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겼고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차례로 레이스에서 떨어져 나가는 셈이다.

적자를 본 업체들은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업체는 작년에 미뤘던 설비투자를 올해 집행하는 등 계획보다 늘리겠다고 하지만 업계나 증권 분석가들의 판단은 ‘글쎄’다. 시장 상황에 따라 증설계획이 다시 연기나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D램 업계는) 1분기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고의 D램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하이닉스가 이 정도면 후발업체는 어느 정도인지 할 말 다한 것 아니냐’는 한 분석가의 말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업계의 실적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드러나면서 증산 경쟁에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D램 공급과잉 현상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설’로만 들리던 투자 축소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공급량 증가가 둔화되면 수급 균형을 찾아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공식이다.

D램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늦어도 3분기라는 관측이다. 마라톤코스에 비유하면 40Km고지에 들어섰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현재진행형인 최악의 지구력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 가장 뒤늦게 지친 우리 업체들이 온 힘을 막판 스퍼트에 쏟아,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주문정기자<디지털산업부>@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