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체들의 엄격한 표준 요구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연간 8900여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국내 300개 공인시험기관과 630개 업체 및 연구소를 대상으로 ‘미국 단체표준 활용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시험 또는 검사가 무려 1069건에 달했다고 3일 밝혔다.
미국재료학회(ASTM) 등 주요 표준단체들은 제품의 시험·검사시 자국의 특정 회사가 제작한 장비나 시설 또는 시험자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다른 표준에 비해 장기간 시험을 요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특정장비나 자재 규정이 504건에 이르렀으며, 장기간 시험요구가 179건, 기후·환경 미고려 사안도 86건에 달했다. 국내 수많은 기업들이 까다로운 미국 단체표준 요구 조건을 따르기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온 상황이다.
정부는 국제표준화기구(ISO·IEC 등)에서 정한 공적 국제표준에 대해 비교적 활발히 대응해 왔지만, 미국의 단체표준 등이 제정한 ‘사실상의 국제표준’에 대해 업체 중심의 시장 고유 영역으로 판단해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왔다.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표준협회를 주관 기관으로 ‘사실상의 국제표준’ 대응 지원 사업을 전개해 최근 1년간 ASTM, 미 반도체장비협회(SEMI) 등의 불합리한 표준 20건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5건에 대해서는 제·개정안을 미국 측에 제안해 채택됐다.
또한 기업들을 위해 ‘사실상의 표준피해 신고센터(www.defacto.or.kr)’를 운용하는 한편 분야별 설명회 개최 및 핸드북 보급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