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하나로 우뚝 선 `IT 명장 2인`

 IT제조업계엔 실력과 열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이따금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에 몰두하면서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마지못해 끌려가기보다 일을 즐기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엔 제조기술 명장이, LG전자엔 글로벌인재 채용의 명장이 있다. ‘기업의 꽃’인 임원직을 꿰차진 못했지만 실력으로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이들의 ‘명장 노트’를 소개한다.

#1. ‘전문성’과 ‘창의성’의 제조설비기술 외길 30년

박동익 삼성전자 DM제조기술센터 부장(48)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그는 지난 1995년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제1호’ 명장이다. 마산공고 출신인 그는 TV·모니터 등을 만드는 설비와 해외공장 건설, 전기 등 유틸리티 설비기술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 기술’ 명장이다. 삼성전자는 2006년 2월 각 부로 나뉜 제조설비기술 부문을 통합해 이 센터를 만들었으며 박 부장은 총 사령관이다. 

박 부장은 제조설비기술을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인프라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조설비기술은 건물을 짓는 것부터 라인을 설치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제작하는 것까지 온갖 분야를 망라한다.

생산 제품의 변화만큼 제조 방법과 환경도 바뀐다. 토목은 물론 물리·수학·역학까지 전문지식을 갖춰야 제조설비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30년 세월을 보낸 박 부장도 “아직도 공부 중”이라고 말한다. TV생산설비기술을 주로 맡았던 박 부장은 1995년 한국 최초로 모듈 컨베이어를 도입했다. 생산능력도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그가 요즘 관심사는 ‘무중력 작업장’이다. 아직 아이디어 구상단계이나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200을 목표로 하면 150을 하지만 150을 목표로 하면 120밖에 못 한다”는 그의 말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삼성전자 국내외 생산법인들의 라인 현황을 모두 외우는 박 부장이 후배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고 해야할 일이라면 마지못해 끌려가기보다 창의적으로 앞장서 도전하십시오.”

#2. 성실과 경험의 글로벌 25년=서울 본사 근무 10년, 캐나다 3년, 미국 시카고 4년, 구미 공장 2년, 영국 3년. LG전자 글로벌 인재채용책임자(GRO)로 일하는 김완태(51) 부장의 이력이다. 수출과 현지 법인 영업, 해외 R&D운영, 공장건설 프로젝트 등을 경험한 글로벌 야전사령관이다. 지금은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에 적을 두고 미주 지역 인재를 찾고 있다. LG전자는 2004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주요 거점 국가에 GRO를 뒀고 적임자를 찾던 중 김 부장을 발탁했다.

그의 전자수첩에 약 1000명의 친구와 동료들 연락처가 있다. 또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1년에 1000명 이상을 만난다. 영국에 근무한 3년 동안 600명 이상의 손님을 집에 초대해 식사를 나눴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미래동료(그는 입사지원자를 이렇게 표현했다)를 초대할 때엔 그 가족도 함께 부른다. 부인과 자녀의 고민과 기대가 무엇인지를 귀담아 듣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김영기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 부사장은 “영국 출장 중 그에게 인재 추천을 요청했더니 자신의 네트워킹을 통해 능력 있는 임원을 소개했다”며 “호감과 신뢰를 주는 김 부장은 분명 우리 회사의 인재 채용 명장”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의 기억력은 남다르다. 사반세기 전 신입사원 시절에 알던 주변 인물의 이력을 지금까지 꿸 정도다.

“LG전자는 이제 해외 인력을 포함한 진정한 글로벌 핵심인재에 비R&D 분야까지 아우르는 전문가를 찾아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김 부장의 말 속에 글로벌 핵심 인재를 찾는 LG전자의 해법이 녹아 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