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연구소(Open Laboratory)를 지향하고 능력에 걸맞은 최고의 대우를 하겠습니다.”
국내 최초 종합연구소로 연구계의 맏형이나 다름없는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도발적인 화두를 던졌다. 연구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리더급 인력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
오는 10일 개원 42주년을 앞두고 만난 금동화 KIST 원장(57)은 “일본 이화학연구소나 영국의 러더포드애플턴연구소도 외부 인력 유입을 통해 중흥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 고급 인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금 원장은 연구를 원하는 대학교수 및 기업연구원에게는 KIST가 최고의 연구환경을 갖춘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최고의 인력이 모여드는 KIST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이러한 금 원장의 생각은 ‘부유할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져라’라는 덩사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능한 연구인력를 타 연구부문이 벤치마킹하다 보면 연구소의 역량 및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유치 과학자와 팀을 이뤄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금 원장이 이처럼 KIST의 변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제 정부 출연연구소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출연연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근대화 시절에는 출연연이 기초에서 응용까지 모든 것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대학과 기업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높아져 출연연의 연구방향도 전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꼭해야 하는 것들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른바 내셔널어젠다(National Agenda)에 출연연의 연구방향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 예로 국방·에너지·환경·복지 분야 등을 꼽았다. KIST도 올해 주요 4대 연구 분야로 신에너지·맞춤의학·지능형생활·나노물질 연구를 내세웠다. 글로벌 수준에 맞는 연구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0주년을 맞는 2016년에는 글로벌 톱 연구기관으로 우뚝 설 계획이다.
금 원장은 “이제 창조적인 혁신이 필요한 때로 남을 따라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겠다”며 “연구계의 맏형 기관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