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을 자동차 출고 전에 장착하는 순정시장(비포마켓)이 커지고 있다. 차를 살 때 옵션사항으로 매립형(in-dash) 순정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차 미관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안정성도 뛰어나다. 자동차 개발단계부터 자동차 회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자동차 환경에 특화된 수많은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
◇값은 내리고 매출은 올리고=비포마켓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현대오토넷(대표 주영섭)이 현대자동차 쏘나타 트랜스폼에 들어가는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을 105만원으로 내리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쏘나타에 들어가던 순정 내비게이션은 300만원 안팎으로 채택률이 1%에도 못 미쳤다. 가격 하락 이후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105만원짜리 순정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지원하는 쏘나타 트랜스폼 세 모델. 이들의 내비게이션 옵션 채택률은 60%에 이른다. 가정용으로 판매한 쏘나타 트랜스폼 전 차종으로 확대해도 채택률은 열 대 중 두 대 꼴인 20%에 달한다.
GM대우자동차(대표 마이클 그리말디)의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도 대폭 낮아졌다. GM대우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공급하는 S&T대우(대표 김택권)가 올해부터 80만원대 ‘뉴클래스 내비게이션’을 내놨다. 2008년형 토스카, 윈스톰에는 각각 80만원, 110만원(후방카메라 포함)에 순정 내비게이션을 달 수 있다.
◇내비 시장 판도 변화=기존 내비게이션 시장은 거치형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비게이션 옵션을 지원하지 않는 차가 많고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해 장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순정 내비게이션의 가격이 급락하고 자동차 회사들이 내비게이션 옵션 적용 모델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 판도가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GM대우자동차는 80만원대 뉴클래스 내비게이션을 젠트라·마티즈 등 전체 모델로 확대한다. GM대우 관계자는 “차 값이 싸지는만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현대차도 내부적으로 적용 모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치식 업계 반응=애프터마켓을 장악해온 거치식(on-dash)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내비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충분히 위협적”이라며 “거치형 단말기 업체들도 다양한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회사와 협력해 순정 제품을 공급하거나 거치식 단말기를 카오디오데크에도 쉽게 장착(빌트 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순정제품의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병수 파인디지털 이사는 “내비게이션은 기능 및 편의성 측면에서 변화 주기가 매우 빠르다”며 “순정 제품 가격이 내려갈지라도 2, 3년이 지나 신기술이 나오면 구형 제품에 만족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전자신문,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