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전소, 방재 불감증이 禍키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남대문) 화재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보고받은 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남대문) 화재현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보고받은 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던 숭례문이 전소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중요 문화재의 방재시스템 취약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5년 낙산사 화재 소실 이후 10일 숭례문 소실에 이르기까지 문화재 방재를 위한 전담 팀이나 정보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방재청은 낙산사 화재 소실사고 발생 후 ‘범정부재난관리네트워크’를 구축해왔지만 이는 단순히 문화재나 문화재 근처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 해당 지자체에 위치를 통보해주는 연락망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71개 재난관리 책임기관(중앙행정기관·지자체·소방관서·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 등)들이 네트워크를 공동활용하고 있지만 단순히 재난 상황을 전파하게 돼 있을 뿐, 예방을 할 수 있는 방재기능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요 문화재 재난 시 신속히 대처하고 진압할 수 있는 노하우 축적은 물론이고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단 관련기사

 문화재청이 운용 중인 방재시스템도 산불 등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는 수막장치, 스프링클러, 방염재 등을 구축하는 것일 뿐 내부 발화나 방화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이 방재시스템은 대부분이 산불로 인한 피해를 보기 쉬운 산속 사찰이 대상이어서 도시내 문화재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전국 124군데의 중요 목조문화재에 화재발생 시 자동으로 수막을 만들어 방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재시스템을 무위사·봉정사·낙산사·해인사 네 곳에 설치했을 뿐이다.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31대 과제 추진을 담당했던 전자정부특별위원회의 송희준 위원장(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은 “정부혁신위가 관할하는 31대 전자정부 사업은 여러 부처가 관여하는 다부처 사업”이라며 “문화재 관련 내용은 문화재청 소관이기 때문에 위원회의 논의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화재 소방 방재 전문가인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부 백민호 교수는 “고건축물 등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이 한계성을 띠는만큼 별도의 소방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숭례문에 8대의 소화기만 설치(33㎡당 1대)된 것은 현행 소방 규정을 충족했지만 결국 전소 사태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백 교수는 적외선 카메라, 열 감지 센서 등 첨단 IT를 누각 상판 등의 고건축물 내부에 도입, 효과적인 재난 방재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호 교수는 “고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외부 한기와 더위에 대응토록 복잡한 구조로 설계됐다”며 “따라서 적외선 카메라 등을 이용해 내부 화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숭례문 외부에 물을 끼얹는 것은 화재 진압에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소방방재 관련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소방방재 업무에 못지않게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 개발 등 R&D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수민·정소영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