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특집]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 전망은"

◆기고 - 기후 변화로 필수 가전 부상

: 이상규 LG전자 DA마케팅팀장

 1993년까지만 해도 큰 더위가 없었고 사치품이라고 여겨졌던 에어컨은 고객의 관심 품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1994년 갑자기 몰아닥친 폭염으로 인해 소비자는 더워서 놀라고 에어컨 유통업체는 폭주하는 주문에 놀라고 에어컨 제조업체는 부족한 물량 공급에 난감해한 적이 있다.

 당시 고객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한 유통업체 대표는 현금을 자루에 가득 채워 본사로 가져와 에어컨을 달라고 하소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어컨 수요는 1994년을 기점으로 1995년부터 10∼20% 수준으로 성장해 2000년에는 LG전자가 세계에서 에어컨을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가 돼 지금까지 매년 전체 에어컨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다.

 2008년 에어컨의 정확한 시장 규모는 오직 구입하는 고객에게 달려 있지만 지난해 대비 10% 수준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이 가능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한반도 기후 변화로 인해 에어컨은 이제 필수 가전이 됐다. 한반도 아열대화가 가속화되고 특히 지구 온난화가 한반도에서 더욱 빨리 진행된다는 기상학자의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여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열대야 일수가 늘어나고 아열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우기와 비슷하게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둘째, 이렇게 에어컨이 필수품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급률은 한국전력 조사 기준으로 아직 50% 수준이다. 우리나라 일반 가구 수를 1600만가구로 보면 약 800만가구에 에어컨이 보급되지 않았고 한계보급률을 85∼90%로 감안하더라도 향후 구입할 잠재고객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에어컨의 제품 수명을 약 10년으로 볼 때 1995년 에어컨 수요 폭발 이후 10년이 지난 2005년부터는 신규수요뿐 아니라 대체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그 이후 소득 수준이 높은 대체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각종 경제연구소의 2008년 경제전망 중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에어컨 구입과 관련한 민간소비나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큰 증가세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도 가계 가처분소득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민간소비가 4% 중반대의 견실한 증가율을 보이고 건설투자 또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어컨 수요는 불었던 풍선과 비슷하다. 한 번 불어서 늘어난 풍선은 바람을 모두 빼내도 처음 크기보다는 커진다. 민간 소비를 위축시켰던 IMF와 같은 경제 위기가 오거나 한계보급률에 이르는 시점이 아니라면 에어컨 수요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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