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지속되고 있는 올해 하락장 속에서 연기금이 꾸준히 매수에 나서면서 한국 증권시장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1조5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시의 주요 주체인 외국인·기관이 한국주식을 계속 판 것에 비해 상반되는 결과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연기금에 대한 기대수익률 향상 압박 등을 감안하면 연기금이 한국 증시의 새로운 주체가 될 전망이다.
주가 조정기에는 연기금의 수급이 두드러지는데 조정장에서는 특히 연기금의 매수강도가 높아지는 것. 이 같은 연기금 매수 패턴은 지난해 8월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았을 때도 나타났다. 연기금이 하락장에서 공격적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기관 등 다른 증시 주체들이 매도할 때도 꾸준히 매수에 나서는 성향 때문이다.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하락장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 시간이라는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지난해에만 국내주식 23조원 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의 대표격인 국민연금은 주식비중을 현재 13.5%에서 올해 안에 17%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약 11조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연기금들도 주식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는 추세다.
연기금은 주로 검증된 블루칩 종목에 장기투자한다. 지난해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은 SK·LG필립스LCD·국민은행·포스코·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이 크고 실적이 탄탄한 기업들이었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국민은행·신한지주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만 3455억원 어치 사들인 점이 눈에 띈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향후 매수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업종 대표주로서 시가총액이 크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이라면서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전자신문,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