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재고 바닥났다…수요예측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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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업계가 재고(在庫) 제로(0) 상황에 직면했다.

사업자 간 가입자 확보 경쟁에 계절적·정책적 이슈까지 겹쳐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재고가 없으면 반길 일이지만 휴대폰업계는 산업 특성상 적정 재고를 확보해야 생산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 바닥난 재고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업체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 주요 휴대폰 업체는 최근 재고가 바닥나 공장에서 생산하자마자 창고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동통신사업자나 유통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휴대폰업체의 적정 재고는 5∼10일이며 사업자는 유통물량을 포함 50∼60일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한 달 판매량이 100만대인 휴대폰업체라면 15만∼30만대의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지난달 휴대폰 시장은 사업자 간 3세대(G) 가입자 확보를 위한 물량 확보 경쟁과 2월 설 연휴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선구매의 영향으로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10만대를 형성했다. 휴대폰업계는 재고(在庫) 물량을 모두 털어 넣었음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당초 2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커져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도 수요를 당해내지 못했다”며 “올해 휴대폰 시장 수요 예측이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2∼3개월 지속될 전망이다. 사업자들이 다음달 정부의 USIM 장치 해체와 보조금 규제 일몰에 대비해 휴대폰 구매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데다 USIM 장치 해제 정책이 가시화하면 세컨드폰 마케팅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사업자 움직임으로 봐선 2월과 3월에도 1월과 비슷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당분간 공장에서 창고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업자로 휴대폰이 공급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업계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3월 말이나 4월에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될 가능성이다. 사업자가 그동안 쌓아온 재고를 대거 시장에 쏟아냈는데 구매를 하지 않으면 휴대폰업체들은 생산 물량을 그대로 재고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악성재고가 휴대폰 시장에 쏟아져 휴대폰 가격은 급락하고 공짜폰이 기성을 부리는 등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업계는 수요예측과 함께 유통관리를 동시에 하면서 생산 즉시 공급하는 효과적인 스피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책을 강구 중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