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느끼는 휴대폰 코리아의 모습이다.
바르셀로나 도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 휴대폰 광고판의 위상은 대단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곳곳에 삼성 신제품 소울광고가 눈에 띈다. 롭 콘웨이 GSMA CEO의 기조 연설에서는 WCDMA의 대표적인 사례로 KTF가 등장했다.
하지만 전시장 내부는 달랐다. 바로 모바일 서비스 및 콘텐츠 전시관이다. 이곳에는 모바일 음악·게임·광고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한국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콘텐츠 산업에 미래가 있다며 앞다퉈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제조사조차 MWC 2008 같은 행사에서 자랑스럽게 내놓은 콘텐츠가 없다니 씁쓸했다.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CEO들은 기술의 진보만큼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야후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꼽히는 것도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역량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이 좁아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의 신생 벤처기업 옴니폰이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유럽의 모바일 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상을 본다면 이 역시 핑계가 아닐까. 문제는 한국의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제조사가 콘텐츠 서비스 산업을 하는 방식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열기보다는 자사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대행할 하도급업체로 취급하는 게 다반사다.
올리 페카 칼라수보 노키아 대표는 산업 생태계를 의미하는 ‘에코시스템’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건강한 에코시스템 아래에서 노키아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한 벤처기업 사장의 “우리가 이동통신 강국이 맞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무너져가는 이동통신 에코시스템에 대한 경고로 들리는 듯하다.
바르셀로나=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