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캐논의 위세가 자국에서 흔들린다. 니콘의 공격적인 행보가 일본과 마찬가지인 우리나라에서 또한번의 성공을 재연할 지 카메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자국서 옛 명성 회복한 니콘=세계 카메라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일본에서 지난해 니콘의 DSLR카메라 판매량이 캐논을 앞질렀다. 일본 IT업계 리서치 ‘BCN랭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된 DSLR카메라 가운데 캐논은 39.9%를 차지해 43.3%를 점한 니콘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니콘은 불과 반년 전만해도 DSLR카메라 시장 만년 2위에 머물렀다. 캐논은 보급기종을 확대해 사용자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필름 사이즈와 동일한 풀프레임 바디를 채용해 최고급 시장을 장악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항상 한 걸음이 늦은 니콘은 필름 카메라 시절의 명성을 캐논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니콘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일본 DSLR 시장에서 제품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인기 연예인인 기무라 다쿠야를 광고모델로 섭외해 젊은층을 적극 공략했다. 또한 오사카·도쿄 등 전국 6대도시에서 디지털라이브쇼(제품출시 전 고객체험행사)를 통해 고객과의 접촉을 많이 가진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선 전문가용으로 포문=일본에서의 역전이 국내에도 적용될지에 관심이 고조됐다.
니콘은 캐논이 선전하던 보급형 카메라 시장에서 맞불을 놓을 D40·D40X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풀프레임 바디를 채용한 전문가용 DSLR카메라 ‘D3’를 내놓으면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제품이 출시되고 현재까지 10개 안팎의 유력 언론사가 보도촬영용 카메라를 캐논에서 니콘으로 ‘갈아 탔다’. 언론사 사진단은 사진계의 오피니언 리더로 꼽힌다. 이는 사실상 캐논이 독주했던 전문가용 시장을 뒤엎은 신호다. 이외에도 니콘은 올해 1월 한국편집기자협회와 후원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니콘의 점유율은 35%대에 머물렀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연말께에는 40%를 넘겨 캐논과 얼추 비슷한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추정했다.
스즈키 아쓰시 니콘이미징코리아 마케팅팀 부장은 “지난해 일본 DSLR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한국지사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도 일본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만큼 본사와의 신속한 정보공유를 통해 마케팅전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전자신문,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