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안을 남발하면서 산업 정책 혼선이 우려된다.
14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제출된 법률안 113개 가운데 107개가 의원발의안으로, 의정활동 홍보를 겨냥한 ‘입법 건수 올리기’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 관련부처 간 협의나 이견조율이 결여된 상태에서 최소 의안 성립요건인 ‘의원 10인’만 갖춘 법안들이 쏟아져 관련 중앙행정기관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진흥에 관한 법률안’은 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 등 유관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문화부장관에 기본계획 수립권한과 관련 진흥위 설치권한을 주자’는 내용을 담았다. 또 UCC 진흥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정부 실무자들로부터 “앞으로 UCC 진흥업무를 문화부의 콘텐츠 진흥기능에 포괄할 수는 있되 별도 법안을 만들 만큼 시의성이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기존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과도 충돌하는데다 콘텐츠 진흥업무 자체에 대한 조정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한나라당 의원 14인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학위(학·석·박사) 과정을 신설하기 위해 발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학위 과정 신설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어 여론 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안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질 운명인 ‘과학기술부장관’ 승인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동의를 받아 정보통신공학·기계우주공학 등 과정별 학과와 전공을 정하도록 하는 등 안 자체가 부실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의료연구협의회’를 새로 설치하기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안’, 대규모 점포의 개설·영업 행위를 일부 제한할 근거(시장영향평가)를 마련하려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로 하여금 불법전기용품 안전사고 책임을 묻기 위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안’ 등도 의원 10인이 발의한 법안으로서 임기 내 공포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들 법안은 특히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각 상임위원회로 회부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임위원회 심사를 위해서는 제안설명, 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상설 소위원회 회부·심사·보고, 축조심사, 찬반토론, 의결(표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연석회의, 공청회, 청문회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 국회 전문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를 거쳐 관계 중앙행정기간으로 이송, 공포하는 등 의안 심의절차와 제17대 국회 임기를 감안하면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 수 없다”는 게 정부 실무자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원들로부터 각종 법안 축조 지원요청이 넘쳐나지만 이번 임시 국회가 끝나면 다시 모이기가 힘들 것”이라며 “각종 입법안을 소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조차 어려운데다 17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선거를 의식해 의원발의를 남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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