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시장을 둘러싼 블루레이와 HD-DVD 간의 대결은 결국 블루레이의 압승으로 끝났다.
일본 현지 언론은 17일 일제히 도시바가 라이벌인 소니 진영의 블루레이 디스크(BD)에 밀려 HD-DVD 방식에서 철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아오모리 공장과 중국 공장의 PC 전용 HD-DVD 재생기 및 TV용 녹화 재생기 생산은 물론 신제품 개발을 중단키로 하고,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정식 결정할 예정이다. 차세대 DVD 시장 경쟁에서 블루레이 진영에 압도적으로 뒤진 데다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미국 영화사 등이 잇따라 HD-DVD 지원 중단과 블루레이 방식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현지 언론들은 도시바가 사업을 계속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도시바가 기존 콘텐츠 공급 업체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당분간 HD-DVD 플레이어 상품 판매를 계속하겠지만 이번 국제표준 획득 포기 선언에 따라 판매 부진이 심화돼 결국 완전 철수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차세대 DVD 방식을 놓고 도시바가 추진하는 HD-DVD와 소니·마쓰시타·샤프 등이 추진하는 블루레이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연말까지 영화 등 콘텐츠 타이틀 수는 두 규격 모두 370편 전후가 출시되며 호각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연말 연시부터 본격화한 녹화 재생기 판매경쟁에선 일본의 경우 블루레이 진영이 9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HD-DVD를 압도해왔다.
지난달엔 워너브라더스가 블루레이 지지를 표명한 이후 미국의 대형 영화사 6곳 중 4개사가 블루레이 진영 지지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 내 4000여개의 매장을 둔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마저 이달 15일 블루레이 지지를 표명하면서 승기는 블루레이 진영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도시바가 북미 시장에서 큰폭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반격을 도모하기도 했으나 블루레이의 기선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차세대 DVD 규격 경쟁은 1980년대 중반 VHS 방식과 베타맥스 방식 간의 ‘비디오 규격 전쟁’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당시엔 소니가 베타 방식을 밀어붙이다 참패했으나 이번 차세대 DVD 규격에선 든든한 지원군 확보로 소니가 깨끗이 설욕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