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IT기업에서 핵심 개발자로 일하던 박정호씨(가명)는 지난해 말 IT교육기관의 일본취업 IT연수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쓴맛’만 보고 돌아왔다. 언어문제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SW개발과 동떨어진 일을 해오던 박씨는 더 이상 비전을 기대할 수 없어 취업 4개월 만에 귀국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던 국내 IT인력 상당수가 박씨처럼 재팬드림을 접고 국내로 돌아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단기간의 교육으로 인한 언어소통 문제, 취업 후 재교육과 같은 사후관리시스템의 부재, 고용불안 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일본에 취업하는 국내 IT인력의 약 60%가 제대로 적응 못 한 채 되돌아오고 있다며 이는 향후 한국 IT인력에 대한 일본 기업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일본행 1500명 넘어=일본이 지난 2001년 12월 외국인 IT 기술자의 취업기준을 대폭 완화, 글로벌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인력의 일본 진출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05년 이전에는 매년 300여명에 머물던 일본 취업자가 2006년에는 800여명, 지난해에는 1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단에서 일본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된 수치로, 전국 각 대학에서 자체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취업하는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취업을 교육과정으로 개설한 학원 및 대학 등 IT교육기관도 현재 100여곳이 넘는다.
◇교육생 유치 실적만 눈독=일본 취업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중인 IT교육기관들이 급증하면서 내실있는 교육보다는 실적에 치중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정부가 취업교육에 수백만원을 보조해주면서 질적인 교육보다는 교육생 유치에 더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로 흘려가고 있다.
취업연수생 모집과정에서 일본어를 전혀 모르거나 비전공자라도 단 몇 개월 교육만으로 일본 IT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고 포장해 학생들을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교육과정을 IT직무와 일본어 능력에만 치중해 현지 기업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취업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허다하다.
한일IT인재교류협의회 관계자도 “일본에 진출한 IT인력들의 50%가량이 2∼3년 내에 이직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더 나은 직장으로 자리는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더라도 현지에서는 단순 SW프로그램 제작이나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시스템 관리를 주로 맡는 일이 많으며, 이직률도 높다는 것이다.
◇취업 후 사후관리 신경써야=국내 IT인력이 현지에서 핵심기술인력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IT직무교육, 언어교육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의 문화를 체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IT직무교육은 단기보다는 중장기과정의 비중을 높여 양보다는 질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업 후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영진전문대처럼 IT팜스쿨이라는 제도를 통해 교육에서 취업, 자기계발, 재교육에 이르기까지 해외에 진출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강석복 영남대 사회교육원장은 “IT직무연수와 일본어, 교양 등에 대한 집중적이면서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정만 수료한 뒤 밀어내기식으로 일본에 인력을 보내면 실패하고 만다”며 대학과 같은 검증된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진출할 것을 권고했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