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4부)도전과 응전②PDP 산업

 LCD의 초고속 성장세에 가려 잠시 주춤했던 PDP 산업계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단일 기업으로는 일본 마쓰시타가 맹주로 꼽히지만 삼성·LG가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PDP 시장에서도 최강국이다. 지난해까지 패널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PDP 산업 전반이 동반 침체를 맞았으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평판 TV 시장을 발판으로 다시 한번 부활에 나선다. 어려움 속에서 축적한 강한 내성과 발빠른 시장 대응력을 앞세워 ‘PDP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참이다. 최전선에서 삼성SDI와 LG전자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LG전략

 LG전자는 올해 ‘메가 히트’ PDP TV를 앞세워 모듈과 함께 PDP 사업 전반을 다시 한번 전성기로 이끌어 낸다는 각오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역작은 지난 ‘CES 2008’ 행사에 선보였던 ‘PG60 시리즈’. 이 제품은 세계 처음 전면 글라스 필터를 적용해 TV 화면을 에워싼 프레임이 사라진 듯 모서리 끝까지 완전 평면 스크린을 구현했다. 스피커마저 숨겨(인비저블) 단순함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풀HD급에 세계 최고 수준인 3만대1의 명암비를 구현함으로써 화질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PG60 시리즈가 지난 CES 2008 행사에서 LCD·PDP를 통틀어 TV 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최고 혁신상’을 받은 것도 이런 강점 덕분이다.

 LG전자는 다음달 출시하는 PG60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워 올해 300만대의 PDP TV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일부 32인치대 TV 제품도 있지만 PG60과 같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100만대 이상 판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권역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특히 LG전자 PDP TV의 강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대대적인 광고 프로모션을 전개하기로 했다.

 가장 큰 숙제였던 PDP 모듈 사업은 연내 반드시 수익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지난해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박형 글라스 등 신공법을 도입하고 공장 가동률을 꾸준히 높인 결과 지난 4분기부터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공장가동률이 90% 이상 지속되면 적자 탈출은 시간 문제. 구미 공장에서 생산된 PDP 패널을 받아 다시 모듈로 생산하는 중국 난징이나 폴란드 므와바,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도 최근 가동율 90%대에 올라서면서 생산량을 높여갔다. 최근 PDP 모듈 수요가 커진 데다 새롭게 선보인 32인치 PDP 모듈 사업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 특히 32인치 모듈은 신흥 시장에서는 주력 제품으로,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이른바 두 번째(세컨드) TV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지난해 총 320만대의 PDP 모듈 판매량을 올해는 배 수준인 6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 박종석 PDP TV 사업부장(부사장) 인터뷰

 “PDP 업계의 공통된 화두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 중책을 선봉에서 맡고 있다는 각오로 뛸 생각입니다.”

 LG전자 PDP TV 사업부장인 박종석 부사장은 수많은 응용분야가 있는 LCD와 달리 유일하게 TV로만 승부하는 PDP 시장에서 올해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해답을 고객에게서 찾았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LCD와 PDP의 장단점이 서로 수렴하고 있지만, 그래도 PDP의 강점인 편안하고 자연스런 영상감은 아는 사람은 아는 법. 박 부사장은 “PDP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기본 지식이 풍부한 인텔리 고객층”이라며 “이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물론 가격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고객도 뒷전일 수는 없다. LCD에 비해 고객 양극화 경향이 뚜렷한 점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한다면 보급형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향후 PDP TV 시장에서 내건 모토는 “PDP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마케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PDP TV의 매력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프로모션에 돌입했다”면서 “이런 점에서 올해 전략모델로 내세운 PG60 시리즈나 토파즈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구주 지역에서 시작한 마케팅 프로모션의 이름은 ‘아이러브(Eye love) PDP TV’, 즉 ‘눈은 PDP TV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LG전자가 전 세계 TV 시장에서 PDP의 진수를 알리고 올 한 해 흑자전환은 물론이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대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 전략

 한때 전 세계 PDP 모듈 시장을 석권하면서 국내 PDP 산업을 대표했던 삼성SDI. 지난해까지 끝 모르는 실적악화를 경험하며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감내한 결과 올해는 본격적인 재도약을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310만대의 PDP 모듈을 판매, 전년 대비 35%나 성장시켰지만 올해는 이보다 70%나 늘어난 무려 53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50·58·63인치급 대형 제품과 풀HD급 프리미엄 제품이 주력군이다. 아직은 성급할지 모르나 매출액 기준으로 이 정도면 일본 마쓰시타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기대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올해 제품군과 고객사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우선 63인치까지 전 제품군에 풀HD를 적용하는 한편, 현재 틈새시장으로 부상한 32인치 HD급 PDP 모듈도 신규 출시를 위해 현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고효율·저전력 제품과 3차원(D) 제품, 초고해상도 제품 등 차세대 시장도 선점하기로 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싱글 스캔’ 기술을 올해는 전 기종에 적용, 원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한 핵심 과제다. 이를 통해 50인치 이상 대형 제품 판매 비중을 50% 이상, 풀HD급 제품 비중은 24% 이상 각각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존 대형 고객사 외에 중국·대만 등 신흥 제조사로 저변을 넓히는 방안도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경쟁전략이다. 삼성SDI는 올 한 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TV 세트 제조사와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PDP 강국으로 다시 한번 끌어올릴 든든한 버팀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PDP TV로만 3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로, 특히 50인치 이상 제품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시선을 끌었던 ‘칸느 PDP TV’를 앞세워 PDP TV 시장에서도 맹주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난 ‘CES 2008’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인 3차원(D) PDP TV를 다음달 선보여 최근 서서히 개화한 3D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상규 삼성SDI 상무(PDP 마케팅팀장) 인터뷰

 “올해 PDP가 LCD와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미 턴어라운드를 위한 채비를 갖췄으며, 삼성SDI는 다시 한번 업계 리더가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삼성SDI PDP 마케팅팀장인 박상규 상무는 올 한 해 업계 1위인 마쓰시타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다행히 긍정적인 신호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지난해 말 가동한 P4 라인이 최근 양산능력을 배가하면서 상반기 내에 가동률 100%를 기대한다. PDP 모듈 사업의 분기점은 오는 2분기다. 그는 “모듈 가격이 예상 밖의 급락을 하지 않는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맘때면 당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산 거점의 글로벌화 전략도 1분기 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다. 중국·헝가리에 이어 멕시코 모듈 공장은 1분기 가동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침체를 겪는 동안 삼성SDI가 가장 주력했던 과제는 PDP 모듈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일이었다.

 박 상무는 “PDP 모듈의 전력효율은 제품 경쟁력은 물론이고 갈수록 친환경을 강조하는 전 세계 TV 제조사의 요구”라며 “이제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한 가지 답답한 점은 있다. 일본 마쓰시타가 PDP 맹주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PDP 모듈 공장을 짓고 있다. 이 마당에 삼성SDI는 여느 삼성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특검 여파 등으로 투자계획도 확정짓지 못한 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는 “어차피 LCD나 PDP나 물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가 아니라 2년, 3년 뒤가 문제”라고 우려했다.